양씨의 시반선(施飯船)―
맨 앞에는 악공(樂工)들을 만재한 배였다.
둘째로는 이십 섬의 밥과 무당 그 밖의 하인들이 탄 배였다.
세째로는 오늘의 주인 양씨와 가까운 친척들과 하인들이 탄 배였다.
맨 뒤의 것은 드나드는 아랫사람이며 영인 잡배며 하인들을 실은 배였다.
오정쯤 되어서 이 호화로운 일행은 밥을 고기에게 던져 주려고 운파 오 리의 길을 떠났다. 출발하는 근처 좌우편 언덕에는, 이 장관을 구경하러 모여든 무리들 때문에 입추의 여지도 없었다.
삼현 육각의 부드러운 소리를 선두삼아 가지고, 구름같이 모여든 구경군들의 탄성, 욕설, 비웃음, 칭찬―가지각색의 비평을 뒤에 남기고, 네 척의 배는 무당의 공수를 기다랗게 물 위에 퍼치면서 둥실둥실 떠 나갔다.
그 배들이 언덕에서 떠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이 근처의 많은 아이들이 와르르 하니 몰려들었다. 이십 섬의 밥을 강 언덕에서 지었는지라 눌은밥이며 부스럭밥이 그 근처에 꽤 많이 흐르고 널렸다. 이 근처의 가난한 여인이며 아이들은 그것을 주워 가려 모여들었다. 거기서 지키는 하인들의 욕설이며 매며를 무릅쓰고, 꿀에 모여 드는 개미떼같이, 이 굶주린 무리들은 요리조리 피하면서 밥 부스러기를 주우러 모여들었다. 그리고 제각기 많이 줍기를 경쟁하였다.
언덕을 떠난 자선선(慈善船) 네 척은 특별히 바쁜 길이 아닌지라, 그다지 젓지도 않고 물의 흐름을 따라서 고요히 고요히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세째 배에 탄 오늘의 주인 양씨가 보아 가다가 몸하인에게 명하면, 몸하인은 즉시로 다른 하인에게로 전하고, 그 하인은 앞의 시반선으로 전하여 앞 배에 탄 복술이 축원을 드리고 그 다음에는 밥을 한 함지박씩 떠서 물에 던지고 하는 것이었다.
이 날의 주인 양씨의 얼굴에는 득의의 표정이 흐르고 넘쳐 있었다. 대단히 엄숙한 얼굴로 좌우 언덕에 있는 구경군들을 살펴보다가는, 생각난 듯이 몸종에게 시반을 명하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물결을 날리며 밥이 물에 떨어져서 잠겨 들어갈 때마다 몸소 일어서서, 마치 그 밥이 물 속에 잠겨서 고기들이 맛있게 먹는 양이 보이는 듯이 만족한 얼굴로 물 속에 가라앉는 밥을 굽어 보고 하였다.
내려가다가 뱃사공이 어떻게 실수를 하여 노(櫓)로라도 철썩하는 소리를 내면, 양씨는 안색까지 변하며 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기들 놀라리라. 가만가만 저으라고 그래라.”
이 동정심 많은 여왕은 몸종을 시켜서 사공을 꾸짖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