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안 나게―배가 흔들리지 않게―그리고도 또한 배가 물결대로 마음대로 흐르지 않게 강의 중심을 내려가도록―이 힘드는 역할을 맡은 사공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배를 조종하였다. 실수를 하여 물 한 방울이라도 이 귀인들의 몸에 뛰었다가는 제 몸에 좋지 못한 일이 생길 줄을 잘 아는 사공은, 배에서 연하여 물로 던지는 허연 밥을 슬금슬금 곁눈으로 보면서 배를 젓지 않는 듯이 젓느라고 노력하였다. 이리하여 이 풍악과 열락이 자지러진 자선선(慈善船) 일행은 기름같이 잔잔한 한강을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이십 섬의 밥을 처치해 버리기 위하여―

 

좌우 언덕의 굶주린 촌민들은 이 위대한 사업을 경이의 눈으로 서로 수군거리며 구경하였다. '아랫마을'이 서방의 작은아들 차손이는 스물 한 살 난 총각이었다.

 

나주 합하 양씨가 오늘 행하는 자선 사업에 뛰어 들어서 밥을 좀 도둑질해 내려는 더러운 생각을 품고, 그는 강 언덕 갈밭 틈에서 자선선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차손이가 벌어 오는 밥을 받아 가려고 그의 늙은 어머니가 광주를 가지고 함께 갈밭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변에서 생장한 차손이는 헤엄치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한강을 너덧 번은 넉넉히 왕래하며, 물 속을 숨바꼭질을 하여서라도 한 번쯤은 넉넉히 건너가는 것이었다.

 

“너 조반도 변변히 못 먹고 괜찮겠니?”

 

“걱정 마세요.”

 

“기운이 부족했다는…”

 

“도로 헤엄쳐 나오지요. 걱정 마세요.”

 

물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차손이는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풍악 소리가 차차 가까워 왔다. 시반선 일행은 그들 모자가 숨어 있는 갈밭 앞 강을 천천히(일변 밥을 던지며) 흘러 내려갔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요.”

 

어머니에게 한 마디 당부한 뒤에, 차손이는 용감스러이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와스스, 스! 귀에 울리는 놀라운 물 소리를 들으면서 차손이는 강의 중심을 향하여 물 속을 헤엄쳐 나갔다. 아들을 물 가운데로 내보낸 늙은 어머니는, 이 전대 미문의 기괴한 모험을 감행하는 아들의 신상이 근심스럽기가 짝이 없어서, 거의 사색이 되어서 강의 사면을 두룩거리며 살필 때에 (그것은 이 노파에게 있어서는 무한히 긴 세월과 같았다) 아까 차손이가 물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서 좀 하류쯤 되는 곳에, 물결이 잠시 괴상히 움직이다가 그 물 면으로 사람의 머리가 쑥 나왔다.

 

그러나 물 면에 얼굴은 내밀었지만, 차손이는 잠시도 움직이지를 못하였다. 얼굴이 백짓장같이 하얗게 된 그는 코를 찢어지도록 벌리고 씨근거리며 한참 숨을 돌리고 있었다.

 

한참 거기서 숨을 돌려 가지고 어머니 앞에 돌아온 때는, 차손이의 옆에는 물이 뚝뚝 흐르는 밥을 절반만큼 담은 자루가 끼어 있었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