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말을 남기고 이 총각은 다시 한 자루 얻어 오려 두 번째 물 속에 뛰쳐 들어갔다. 차손이는 물 속을 꿰어서 시반선 아래까지 이르렀다. 그 때 방금 시반선에서는 또 한 광주리의 밥을 물로 던진 때였다. 어른어른 차손이는 눈 앞으로는 허연 밥덩어리가 물 바닥을 향하여 헤엄치며 내려갔다.
차손이는 거기서 숨을 내쉬었다. 꿀럭꿀럭 한 뭉기의 기포가 물 면을 향하여 올라갔다. 그것을 보면서 차손이는 몸을 뒤채어 물 바닥을 향하여 거꾸로 내려갔다. 그의 눈 앞에는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흐느적거리는 크고 작은 밥 덩이들이 물을 통하여 부옇게 보였다. 차손이는 자루의 입을 벌렸다. 그리고 연하의 몸이 떠오르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왼편 밥을 물 바닥에 있는 바위 틈에 꽂아 놓고 밥 덩이들을 자루를 향하여 몰아 넣었다. 그 근처에 흐느적거리는 덩어리 밥은 모두 자루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행히 헤어진 밥이 많기 때문에 자루의 삼분의 일도 되지 못하였다.
겨우 차차 숨이 답답함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루가 너무도 곯았으므로 얼른 새 밥을 좀더 담아 가지고 돌아가려고, 차손이는 곯은 자루를 옆에 끼고 한번 발버둥이쳐서 하류로 물 속을 꿰어 내려갔다. 눈을 감고 하류를 향하여 물 속을 헤엄쳐 내려가던 차손이는, 무슨 기괴한 물건이 자기의 양 다리를 꽉 붙잡는 것을 알았다. 온 몸에 소름이 쭉 끼치며 보매, 부연 물을 통하여 벌거숭이 송장(?) 하나가 그의 다리를 잡은 것이었다.
차손이는 거의 공포와 경악 때문에 심장의 고동까지 멎을 듯하였다. 두 다리를 힘있게 버둥거리면 버둥거리느니만큼, 그 괴물은 더욱 힘있게 차손이의 다리를 잡고 붙안는다. 그 괴물은 차손이의 다리로 비롯하여 차차 차차 몸을 끄을어 당겼다. 그리하여 그것에게 붙안겨서 차손이는 공포의 눈을 겨우 들면서 마주 보매, 그것은 송장도 아니요 괴물도 아니요, 웃마을 사는 최 서방이었다. 역시 시반을 훔치러 물 속에 기어든 최 서방은, 불행히 발을 바위 틈에 끼우고 뽑지를 못하여 안달하다가, 자기 곁으로 빠져 내려가는 총각을 붙든 것이었다.
차손이도 그것이 최 서방인 줄 알고 최 서방의 하반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의의를 짐작하였다. 그래서 최 서방의 몸을 마주 쓸어안고 발로써 물 바닥을 힘껏 버티었다. 그러나 최 서방은 발을 어떻게 끼었는지 옴짝하지를 않았다. 이제는 차손이는 숨이 답답하여 왔다. 힘껏 최 서방을 안고 땅을 버티어 보았으나, 빠지지는 않고 숨은 답답하고 하여, 자기 혼자라도 피해 가려고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최 서방은 죽을 힘을 다해서 차손이를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물 속에서 두 개의 벌거숭이 동물은 서로 비비여 대며 다투었다. 그러나 최 서방까지 구하면 여니와, 차손이 단독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도록 최 서방은 차손이를 안고 있었다. 이제는 차손이도 숨을 더 돌릴 수가 없었다. 꿀럭꿀럭 차손이의 입에서 기포가 또 물면을 향하여 떠올랐다. 차손이가 답답한 가슴을 펼 때에 그의 폐와 위로는 다량의 물이 들어갔다.
이 때였다. 아직껏 힘없이 차손이의 허리를 쓸어 안고 있던 최 서방의 팔 힘이 좀 풀리는 듯하였다. 그래서 차손이가 몸을 빼어 낼 때에는 아직껏 그렇게 힘써도 단단히 박혀 있던 최 서방의 발도 저절로 바위 틈에서 빠져 나왔다. 차손이는 한편 팔로 최 서방을 안은 채, 단 발로 물바닥을 힘있게 찾다. 두 개의 벌거숭이는 시반선 일행이 방금 지나간 물면을 향하여 떠올랐다. 물 면을 향하여 떠오른 두 개의 벌거숭이는, 양씨의 하인들이 탄 배에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아니, 구조되었다기보다 잡혔다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었다. 오늘의 신성하고 엄숙한 놀이를 더럽힌 고얀 놈으로서두 벌거숭이는 하인들의 배에 끌려 올라간 것이었다.
그러나 이 때는 벌써 가련히도 최 서방은 물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저세상으로 마지막 길을 떠나고, 차손이도 아직 채 죽지만 않았지, 물을 많이 먹고 정신을 잃은 때였다. 최 서방의 시체와 차손이를 건져 올린 하인들은 시반선 일행을 떠나서 급급히 언덕으로 갖다 대었다. 그리고 거기다가 송장과 반송장을 내려 놓고, 사내 하인 셋이 내려서 지키기로 하고, 배는 그내로 일행에게로 따라갔다. 거기서 내린 하인들은 최 서방의 시체를 먼저 흔들어 보았지만, 물을 잔뜩 먹었기 때문에 배가 남산같이 된 최 서방은, 이제는 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완전히 떠난 것이었다.
모퉁이 모퉁이에서 오늘의 위대한 놀이를 구경하고 있던 근방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양반 댁 하인의 호령으로 근방 사람들이 차손이를 거꾸로 달고 두드리고 한 결과, 차손이는 많은 물을 토하고 겨우 회생되었다.
“지독한 도둑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