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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창백한 얼굴로 밥자루를 놓을 때에, 늙은 어머니는 귀여운 손자나 보는 듯이 자루를 채었다.
“핸 자루 못 되는구나!”
“더 넣을래두 숨이 막혀서 그만 왔어요. 또 한 번 가서 담아 오지.”
어머니는 자루를 열었다. 그리고 물에 젖은 밥을 광주리에 쏟았다.
“자, 자루 얼른 주세요. 또 한 자루 담아 오게!”
일변 밥을 한 덩이 입에 집어 넣으며 어머니가 쏟는 자루를 잡아 채었다.
차손이가 채는 자루를 어머니는 도로 뺏었다. 그리고 자루를 뒤집어서 한 알 한 알 붙은 것까지 털어서 광주리에 떨어뜨렸다.
“얼른 주세요.”
“가만, 아직 한 줌이나 붙어 있다.”
물에 던진 것을 주워 온 것이지만, 이 노파에게 있어서는 한 알 두 알이 아까운 모양이었다.
“한 자루만 더 얻어 오면 닷새는 걱정 없이 먹겠다.”
“이번에는 한 자루 가득 담아 오지요.”
차손이는 밥을 한 줌 또 쥐어 먹었다. 그리고 다시 물로 향하였다.
“좀더 내려가서 기다려 주세요. 지금 세째 배가 지나가는 그만치 가서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