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까 필운대에서 받은 수모를 계월이에게 갚으려는 듯이 하하하하! 웃어 가면서 흥선은 계월이의 비위에 그슬리게 굴었다.

 

그러나 계월이는 쓰다 하지 않고 흥선의 비웃음을 정면으로 받았다. 일찍이 마음을 바친 이 공자―한 때 불만한 젖이 있다고 박차 버릴 만큼 부박한 계월이가 아니었다. 흥선은 이 계집의 진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조소적 태도를 고치지 않았다.

 

봄날의 새 움을 북돋아 주기 위하여 한바탕 내린 소나기는 어느덧 개었다. 추녀 끝에서 똑똑 때때로 떨어지는 낙수 소리가 지나간 소나기를 추억할 따름이었다. 낙수 소리에 한참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계월이가 적적한 소리로 흥선을 찾았다.

 

“대감!”

 

“그래서?”

 

계월이의 진실한 부름을 흥선은 여전히 농담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옛날 한신(韓信)이가요!”

 

“그래서?”

 

“상놈의 샅으로 기어 들어갈 때 어땠을까요?”

 

“냄세났겠지.”

 

“대감!”

 

계월이는 못마땅한 듯이 흥선을 우러러보았다. 우러러보다가 갑자기 그의 상반신을 흥선의 무릎 위에 던졌다.

 

“대감! 왜 분해하실 줄 모르세요? 왜 모르세요?”

 

몸을 흥선의 무릎에 던진 계월이는 몸부림하듯 그의 두 어깨를 흔들면서 비비어 대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그의 눈에서 쏟아졌다.

 

“허! 기생이 울 때는 기부는 어떻게 위로해야 되나?”

 

“대감! 대감은 속도 다 썩으셨구료? 우리 같은 천비도 참기 힘든 수모를 어떻게 참으서요? 분하외다. 분해요.”

 

“허! 왜 갑자기 이 지랄인가? 의원 불러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