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자, 이 약주는 마음 놓고 잡수세요.”

 

계월이의 일가 친척 되는 집 아랫방이었다.

 

“어느 술은 마음 안 놓고 먹는다디?”

 

“대감 분하시지 않으서요?”

 

“흥! 그래야 난 손해 본 게 없다.”

 

계월이는 눈을 들었다. 원망스러운 눈찌로 흥선을 쳐다보았다. 아아! 이 공자는 왜 이다지도 속이 없나?

 

“대감!”

 

“그래서?”

 

“외람하다고 책망하시지 마세요.”

 

“무얼?”

 

“대감께서 놀고 싶으신 생각이 계신 때는 반드시 이 계월이를 찾아 주세요. 아예 다른 대감 댁에는 가시지 마세요. 이전에도 그만치 말씀드렸는데 왜 또 가셨습니까?”

 

“야, 나보고 기부(妓夫) 노릇을 하란 말이로구나? 반가운 소식일세! 그럼 오늘부터라도 잘 벌어다 먹여 주게.”

 

계월이는 눈을 감았다. 성나고 싶은 감정 때문에 눈을 떴다는 곱지 못한 눈찌가 나타날지도 모르겠으므로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대감!”

 

“불러 계시오?”

 

계월이는 눈을 천천히 떴다. 윤기 많은 커다란 눈을 정면으로 들어서 흥선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보는 동안 계월이의 광채 많은 눈에는 눈물이 한 껍질 씌어졌다.

 

“대감! 대감은 분해하실 줄은 모르십니까? 계월이는 분하외다. 특별히 계월이에게 관계되는 일은 아니지만 계월이는 분하외다. 왜 대감은 분해하실 줄도 모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