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石坡)가 올 터인데…”

 

“글쎄, 모르나?”

 

“석파의 코는 십 리 밖에서도 술 냄새는 맡는데 모를 까닭이 있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필운대(弼雲臺)의 답청―

 

훈련 대장(訓練大將) 영어 김병국(潁漁金炳國)을 비롯하여 서너 대관들의 탐춘 놀이였다. 서로 너나들이하는 가까운 벗끼리, 이 봄의 하루를 즐기려고 필운대에 모인 것이었다. 놀이, 제사, 잔치를 무론하고 대관 집 음식 차림이 있을 때는 어떻게 아는지 반드시 찾아 오는 흥선이 아직 오지 않으므로,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석파 흥선군에게 미친 것이었다.

 

필운대의 명물인 만개된 살구꽃은 그윽히 그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직 성 안에는 봄 풍경이 그다지 명료히 오지 않았지만, 필운대며 그 근방에는 봄도 이미 무르익었다. 아리따운 기생 몇 명이 시중을 들었다. 좀 떨어진 곳에는 공인(工人)들이 한 상 받고 앉아서 서로 한담을 하고 있었다.

 

“대감! 자네는 흥선군과 흠 없이 지내는 처지이니 말이지, 한 번 말 좀 톡톡히 하게. 우리 보기에도 창피스럽데. 그렇게 먹을 데 바치는 사람은 쉽지 않아.”

 

숭정(崇政) 갑(甲)이 영어 김병국에게 권고 비슷이 이렇게 말하였다. 영어는 미소하였다.

 

“그게야 자네는 지내 보지 못해서 경험이 없기에 하는 말이지. 시재 배고픈데 염치를 어떻게 차리겠나?”

 

“염치를 안 차린대도 분수가 있지, 그런 변이 어디 있겠나? 일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