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 재상들의 예상과 같이 낮 좀 기울어서 흥선은 옷자락을 날리면서 땀을 벌벌 흘리며 이리로 찾아왔다.
“갑갑해서 행화 구경을 왔더니…”
스스로 변명하는 듯이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인사를 하며 오는 흥선에게, 갑은 대짜로 사냥개의 코라 조롱하였다.
영어 김병국은 호인다운 미소를 얼굴에 띄고 흥선을 보았다. 미리부터 흥선이 오면 망신을 시키겠노라고 벼르고 는 갑의 잔혹성을 잘 아는 영어는, 이제 갑의 일시적 희롱물이 될 흥선이 가엷었다. 희롱을 한다손 치더라도 흠 없는 희롱으로 그치면 좋으나, 갑의 잔혹성으로 미루어 한 때 웃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매, 영어는 그것이 속으로 얼마만큼 꺼리었다. 할 수 있는껏 불쾌한 희롱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갑이 다른 말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일으키면서 흥선을 맞았다.
“자, 어서 오시오. 대감 가야금을 들은지도 오래니 한번 들어 봅시다.”
“아들이 이렇듯 올라오라니 좀 올라가 볼까?”
“에익!”
흥선과 영어는 서로 흠이 없니 농담도 하는 처지였다. 비굴한 웃음 아래서 한 마디의 농담을 던지면서 흥선은 올라왔다. 올라온 흥선을 갑이 맞았다.
“땀을 벌벌 흘리며 예까지 온 이상에야, 대감 거저야 가시겠소? 계월이 너 대감께 한 잔 따라 드려라.”
계월이는 돌아왔다. 잔에 술을 부어 가지고 흥선에게 드릴 때에, 계월이의 얼굴에는 불쾌한 표정이 다분히 나타나 있었다. 땀을 벌벌 흘리며 무얼 찾아 잡수러 오셨소 하는 표정이었다. 나무라는 듯이 계월이가 술을 따라서 부어 주는 것을 흥선은 받아 채어서 먹었다. 권주가도 쓸데없이, 목마른 듯이―
갑이 잔포한 웃음을 띄고 영어를 찾았다.
“영어!”
“오?”
“자네는 언제 흥선군 댁에 양 들었나?”
“예끼 망할…”
“효잘세, 효자야! 물려 먹을 것 많으리. 깨진 항아리, 떨어진 도포, 투전목―하하하하! 또 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