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여울 동네에 밭갈이가 끝난 뒤에는 여러 가지 큰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 큰일은 다 살여울이 건전하게 자라기에 필요한 큰일이었다.

 

첫째 큰일은 유치원을 짓는 것이었다. 그 경비는 선희가 자담하였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유치원의 뜻이 철저하지 못하였다. 아이들을 모아서 가르친다니 서당인가 하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선희가 제 돈 가지고 동네 사람 위하여 집을 짓는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유치원 자리는 동네와 숭의 집 사이에서 강변으로 향한 경사지였다. 이 땅도 선희가 제 돈을 내고 유 산장에게서 샀다. 이 유 산장이라는 이는 동네의 부자로 도무지 숭의 사업에 흥미를 아니 가질 뿐더러 도리어 동네 사람들을 버려 준다고 하여 내심으로 불평을 품은 노인이었다. 동네에 협동조합이 생김으로부터 장리와 장변을 놓아먹지 못하는 것이 그의 불평의 원인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작년까지도 산장영감 집에 가서 백배 천배하고 양식이나 돈을 꾸어오려고 하였으나 지금은 그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연 산장 집에서 그들 발이 멀어졌다. 그리고 노상에서 만나더라도 예전같이 굽신굽신하지는 아니하였다. 이것이 다 유 산장에게는 큰 불평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마는 그러한 이유로 도무지 값 가지 아니하는 땅, 밭도 안되고 논도 안되는 산판을 좋은 값에 유치원 자리로 팔지 아니하도록 그렇게 고집하지도 못하였다. 그 고집보다도 이욕이 큰 것이었다.

 

이 터는 숭의 집보다도 좀더 위치가 높아서 강물은 물론이요 벌판과 기차 다니는 것이 잘 바라보였다.

 

유치원은 네 간 방이 둘과, 그 부속 건물로 선희가 거처할 두 간 방 하나와 부엌과 변소와 욕실이었다. 그리고 백 평쯤 되는 마당과 잔디판을 만들 경사지가 삼백 평 가량이나 있었다.

 

건축은 약 삼주일 만에 필역이 되었다. 지붕을 양철로 이어 볕이 비치면 먼 데서도 번쩍번쩍하는 것이 보였다.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이 대단히 좋다고 칭찬하였다.

 

선희는 숭에게 청하여 유치원의 낙성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다. 동네에 아이 있는 집에서 남자 한 사람 부인 한 사람씩과 만 네 살 이상으로 보통학교에 못 가는 남녀 아동을 전부 초대하였다. 그리고 인절미와 갈비국과 나박김치로 모인 사람들을 대접하였다.

 

청한 사람들 중에는 아니 온 사람도 있었다. 유 산장은 물론 그중의 하나다. 그밖에도 노름꾼으로 유명한 잇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며, 나리라는 별명을 듣는 면소와 주재소에 잘 다니는 사람도 물론 오지 아니하였다.

 

잇자라는 사람은 속에 맺힌 것은 없으나 무슨 일이든지 남이 하는 일이면 험구하기를 좋아하고 투전 화투에는 닷새 엿새 연일 밤을 새우고 십리 백리 어디든지 따라갈 성의를 가지면서 쓸데 있는 일은 도무지 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이도 안 닦고 세수도 별로 아니한다. 홀아비가 되어도 장가도 들려고 아니하고 아들 삼 형제의 등에 얹혀서 먹고 사는 위인이다.

 

그러나 잇자에게는 쓸데도 없는 대신에 별로 득도 없다. 하지만 나리는 그와 달라서 말도 잘하고 얼굴도 깨끗하고, 인사도 밝고, 좀 아니꼽지마는 이런 동네에서는 드물게 보는 신사 타이프의 인물이다. 그는 중절모를 쓰고 물은 날았을망정 양복도 한 벌 가진 위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주사 또는 나리라는 존칭을 받는다.

 

그렇지마는 이 나리는 그의 쉬임없이 반짝거리는 눈이 보이는 모양으로 도무지 재주가 많고 얕은 꾀가 많은 사람이어서 농사도 아니하고 재산도 없건마는 어떻게 어디서 누구를 속이는지 여편네에게 인조견 옷가지라도 입히는 귀족적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군이 숭의 찬성자가 안될 것은 물론이다. 아마 잇자가 숭과 선희의 험구를 쉴새없이 탕탕 하는 모양으로 나리는 속으로 쉴새없이 무슨 흉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치원 개원일에는 아이들이 열 두엇 왔다. 아침 아홉시라고 시간을 정하였으나 아홉시라는 것을 알 시계도 아이들의 집에는 없으려니와 또 시간을 지키자는 생각도 아이들의 어버이의 머리에는 없었다. 그래서 출석하는 시간을 일정하기는 어려웠다. 그 시간은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난 때일 수밖에 없었다.

 

첫날에는 선희는 목욕탕에 물을 끓여놓고 아이들 목욕을 시켰다. 그 몸의 때! 그것은 작년 여름 물장난할 때에 묻힌 때를 계속한 때였다. 사내들은 대개는 머리를 깎아서 그렇지도 않지마는 계집애들의 머리에는 한두 애를 빼고는 머리에 이가 끓었다. 귓머리를 들면 서캐가 하얗게 붙어 있었다.

 

선희는 처음 몇애는 전신과 머리에 비누질을 하여서 깨끗이 씻었으나 무릎, 팔꿈치 같은 데 붙은 때는 거의 각질로 변하여 무엇으로 긁어버리기 전에는 쉽게 씻어지지를 아니하였다. 게다가 아이들은 물에서 철벅거리고 장난하기는 좋아하지마는 때를 씻기는 싫어하였고 더구나 머리를 씻길 때에는 싫다고 떼를 쓸 뿐더러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기나 하면 으아 하고 울고 발버둥을 쳤다. 그래서 선희는 남은 아이들을 대강 씻기어 목욕을 싫어하는 생각이 나지 않기를 주의하였다.

 

그렇게 씻는 것도 열 두엇 아이를 씻고 나니 선희는 전신이 땀에 뜨고 팔목에 자갯바람이 일 지경이었다.

 

선희는 마지막 애를 옷을 입히고 나서 굴젓같이 된 목욕물을 보았다. 수도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 아이들을 더러운 물에 씻긴 것이 애처로왔다.

 

아이들은 목욕으로 얼굴이 빨갛게 되어 가지고 뒤에 온 다른 아이들보고,

 

"우리는 목깡했단다 야."

 

하고 자랑들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