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는 악기가 없는 것을 걱정하여 정선과 의논하고 정선의 피아노를 가져오기로 하였다.

 

그리고 학교에 다닐 때에 보육과에서 하는 것을 본 대로 아이들에게 노래도 가르치고 장단도 가르쳤다. 선희는 있는 정성과 있는 힘을 다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힘을 썼다.

 

선희는 아이들을 날마다 접하는 동안에 교육방침을 하나씩 하나씩 발견하였다. 그 교육방침은 아이들의 결점을 기초로 하는 것이었다.

 

선희가 발견한 살여울 아이들의 결점은 이런 것이었다.

 

1.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구별하는 생각이 부족한 것

 

2. 시간 관념, 기타 질서의 관념이 없는 것

 

3. 어른의 말에 복종하는 관념이 부족한 것, 즉 권위를 두려워하는 생각이 부족한 것

 

4. 단체생활의 훈련이 전혀 없어 아이들이 심히 개인적 이기적인 것

 

5. 대개로 보아서 재주가 없고

 

6. 몸의 발육이 좋지 못한 것

 

등이었다.

 

선희는 이러한 결점을 제 힘으로 교정해보겠다는 생각을 내었다.

 

열흘이 못하여 모이는 아이가 이십 명이나 되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느는 까닭은 아이들끼리 서로 선전하는 것도 있지마는 선희가 아이들에게 콩죽 점심을 준다는 것과 집에서 말썽만 부리던 아이녀석들을 집어치우는 것이었다.

 

날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것이라든지, 코를 주먹으로 씻지 아니하는 것이라든지, 행렬을 지어 단체행동을 하는 것이라든지, 싸움이 준 것이라든지, 선희는 제 노력과 효과가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 기뻤다. 몸이 곤하지마는 선희는 비로소 쓸데 있는 일을 한다는 재미를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바쁘고 피곤한 것으로 가끔 일어나는 청춘의 괴로움을 잊는 것도 기뻤다.

 

그러나 선희의 이 봉사의 생활에도 항상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커다란 집에 혼자 밤에 있느라면 가슴속에는 청춘의 괴로움이 일어났다. 특별히 숭에게 대한 애모의 정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불길이 일어나는 듯하였다.

 

선희는 숭을 대하면 정신이 꿈속에 드는 듯하였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것은 선희가 일생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선희는 일기에 이러한 글을 적었다.

 

"임 찾아 가는 길에는

 

땀이 흐르네.

 

등과 이마에 야속히도

 

땀이 흐르네.

 

임과 마주 앉으면

 

고개 숙이고

 

이마의 땀만 씻었네.

 

말은 못하고 못나게도

 

아아 땀만 씻었네.

 

땀만 씻다가

 

<갑니다> 하고 일어나 왔네."

 

또 이런 것도 썼다-

 

"그대 뵈옵고 무슨 말

 

하던고?

 

한 말 없습니다.

 

<갑니다> 하고 어엿이 나오다가

 

되돌아서서,

 

한 말씀만 더 할까 하다

 

못하였습니다.

 

두 번이나 세 번이나,

 

그러나 못하였습니다."

 

또 이런 것도 있었다-

 

"임은 바다 저 편에 섰네,

 

건너가지 못할 바다.

 

임은 하늘 저 위에 있네,

 

오르지 못할 하늘!

 

아아 안 볼 임을 뵈었어라,

 

아아 내 임이여."

 

또 선희는 혼자 등불 밑에 앉아서 숭을 생각하면서 영문으로 이러한 편지도 썼다.

 

"사랑하는 어떤 이여!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나 혼자 있느라면 그 <어떤 이>가 내 가슴속에 걸어들어옵니다. 들어와서는 내 가슴을 꽉 채웁니다. 마치 그이가 문 밖에 서서 창틈으로 엿보시다가 내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들어오시는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 어떤 이는 나를 따르십니다. 나는 그 어떤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다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될 줄을 나는 잘 압니다. 나는 그 어떤 이의 발에 엎드려 실컷 입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 뒤에서 어떤 소리가 "안된다!" 하고 나를 막습니다.

 

때때로 이러한 뜨거운 욕심이 일어납니다. 그 어떤 이를 내 품에 꽉 안고 아무도 내 그이를 안든지 그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든지 도무지 간섭하지 못할 자유의 세계로 달아나고 싶다고. 아아 실로 내 가슴속에 싸고 싸둔 말씀을 그이에게 한번 토설만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오 그것은 안됩니다!"

 

이것은 영문 본문을 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