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갑이가 집에 돌아온 길로 보고 싶은 이는 물론 그의 아내였다. 혼인이라고 해서 석 달도 다 못되어서 떠난 해, 그 때에는 아직 열 여섯 살밖에 되지 아니하였지마는, 지금은 열 아홉 살이 되어 성숙한 부녀가 되었을 아내는 작은갑이가 가장 그리운 사람일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보구 싶어!"
하고 옥중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간수한테 야단을 당한 일까지 있었다.
작은갑은 전보다 퇴락한 집을 보았다. 다 썩어 문드러진 바자울, 바잣문, 여러 해 영을 잇지 못해서 여기저기 홈이 파진 것 등, 작은갑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아니한 것이 없지마는 가장 섭섭한 것은 아내가 눈에 안 보이는 것이었다. 혹시나 죽었나 하는 무서움까지 있었다. 모두 엉성하게 뼈만 남은 동생들이 반가와하는 것도 시들하였다.
작은갑은 수줍은 마음에 아내가 어디 갔는가를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어디 앓지나 않었니"?
"아이구, 겨울에 손발이 언다던데."
"글쎄,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 고생이냐."
이러한 말을 해주는 어머니와 일가, 동네 어른들의 말에는 작은갑이는,
"예."
"무얼요."
이러한 마음 없는 대답을 하고 밖에서 발자국 소리만 나면 아내인가 하고 마당을 내다보았다. 동넷집 아이들이 모여들고, 늦도록 홰에 아니 오른 닭들이 끼룩거리고 들어오고, 동넷집 개까지 모여들어도 아내의 빛은 안 보였다.
"어따, 시장하겠다. 어디 먹을 게 있나."
하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손수 밥상을 들고 들어와서 작은갑이 앞에 놓는다.
"어디 갔어요"?
하고 작은갑이는 참다못하여 어머니를 향하고 묻는다.
"누구? 응, 네 처"?
하고 어머니는,
"어디 일 갔어. 인제 오겠지."
하고 갑자기 시들한 어조로 변한다.
"죽지는 않았군. 어디로 가지도 않았군."
하고 작은갑이는 저으기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아무렇기로 남편이 삼년이나 옥에 있다가 돌아온다는데 무슨 일을 갔길래 이렇게 늦도록 아니 돌아오는가 하고 불안한 생각이 없지 아니하였다.
돌모룻집 영감님은 반은 죽고 반만 산 사람 모양으로 아무 말도 없고 표정도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
저녁상을 물려도 아내는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지붕 낮은 방은 벌써 어둡다. 그래도 아내는 안 돌아왔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뒷설겆이를 하고 있고 아버지는, 돌모룻집 영감님은 토당(툇마루가 있는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작은갑은 화를 내며 마당에서 왔다갔다하다가 부엌을 들여다보며,
"어디 갔소? 이렇게 어둡도록 안 오니"?
하고 수줍은 것 다 제쳐놓고 물었다.
"퍽도 안달을 한다. 산 사람이 오지 않을라구. 그렇게 계집이 보고 싶거든 가 보려무나."
하고 어머니는 솥에다 숭늉 바가지를 내동댕이를 치며 어성을 높였다.
"마중 가 보렴."
하고 아버지가 작은갑에게 말을 건다.
"어디 갔어요? 날마다 이렇게 늦어요"?
하고 작은갑은 아내를 오래 떠난 남편이 가지는 일종 본능적인 의심을 느꼈다.
"가(그 애라는 뜻)레 그래두 돈을 벌어서 우리 집에서도 돈을 만져본단다. 저 홰나뭇집 정근이 학생 첩네 집에 가서 일해 주고 먹고 한 달에 이원이야. 요새 그만한 벌이는 있나."
하고 돌모룻집 영감님은 며느리의 하는 일을 변호하였다.
"뭐요"?
하고 작은갑은 눈이 뒤집힘을 깨달았다.
"아, 굶어 죽기어든 그 원수놈의 집에 가서 종 노릇을 해주어요"?
"그래두 한 달에 먹구 스무 냥이 어딘데. 스무 닢을 어디서"?
하고 돌모룻집 영감은 끙끙하고 앉았다.
작은갑은 간다온다 말 없이 휙 집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