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절, 너는 왜 이 곳에 와 사느냐"?

 

하고 소장은 화제를 돌린다.

 

"애써 고학을 해서 변호사까지 되어 가지고, 무슨 까닭에 이 시골구석에 와서 묻혔느냐 말이야"?

 

"살여울은 내 고향이니까, 고향을 위해서 좀 도움이 될까 하고 와 있소."

 

하고 숭은 흥미 없는 대답을 하였다.

 

"어떻게 돕는단 말인가"?

 

"글 모르는 사람은 글도 가르쳐주고, 조합을 만들어서 생산, 판매, 소비도 합리화를 시키고, 위생 사상도 보급을 시키고, 생활 개선도 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좀 낫게 살도록 해 보자는 것이오."

 

"무슨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지금 그런 일은 당국에서 다 하고 있는 일인데, 네가 그 일을 한다는 것은 당국이 하는 일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당국에 반항하자는 것이 아닌가"?

 

숭은 대답이 없었다.

 

"필시 그런 게지? 총독 치하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거기 반항하자는 게지? 내가 들으니까 네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조선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모든 인권을 다 남에게 빼앗기고, 물건도 남의 물건만 사 쓰고, 그래서 점점 조선 사람이 가난하게 되니, 조선 사람들이 자각을 해서 조선 사람끼리 모든것을 다 해 가도록 해야 된다고, 그러기 위해서 조합도 만들고, 유치원도 설치하고, 야학도 열고, 단결도 해야 된다고 그랬다지"?

 

하고 소장은 엄연한 태도로 숭을 노려보았다.

 

"내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런 말을 한 일은 없소."

 

하고 숭은 부인하였다.

 

"그러면 그런 생각은 가졌나"?

 

"그런 생각은 가졌소.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기로 그것이 죄를 구성하리라고는 믿지 않소."

 

하고 숭도 법적 어조로 답변을 하였다.

 

"요오시, 와깟다(오냐, 알았다)!"

 

하고 소장은 숭의 말을 적었다.

 

"소화 년 월 일 협동조합 총회에서 네가 이렇게 해야만 우리 조선 사람이 살아난다고, 이렇게 하려면, 조합을 만들고, 조선 사람끼리 잘 살아야 된다는, 공동목적으로 단결하지 아니하면 다 죽는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

 

"그런 의미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오."

 

"오냐."

 

하고 소장은 또 적었다.

 

"너는 법률을 안다면서 그러한 언동이 죄가 되는 줄을 몰라"?

 

하고 소장은 철필 대가리로 테이블전을 한번 두드렸다.

 

"조선 사람들이 저희끼리 힘써서 잘 산다는 것이 무슨 죄가 될 것 있소"?

 

하고 숭은 소장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필경은 총독 정치에 반항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

 

하고, 소장은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잘못 생각하신 것이오. 농민들이 야학을 세우고 조합을 만들고 하는 것은 순전히 문화적, 경제적 활동이지, 거기 아무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믿소. 또 촌 농민들에게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을 바가 아니오.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농민의 노력을 죄로 여긴다면, 그야말로 농민으로 하여금 반항할 길밖에 없게 하는 것이오."

 

"건방진 소리 말아. 할말이 있거든 본서나 검사국에 가서 해!"

 

하고 소리를 지르고 소장은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너는 본래 건방진 놈이다. 계집을 둘씩 셋씩 끌고 다니며 아니꼽게 농민을 위해 일을 한다고, 네 일이나 해!"

 

하고 궐련을 꺼내어 성냥을 득 그어서 피운다.

 

숭은 사십 분 동안이나 심문을 받고, 누르라는 곳에 지장을 누르고 자리에 돌아나왔다. 그 때에 정근이가 의기양양하게 와서 소장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