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 말에 숭은 기가 막히지 아니할 수 없었다. 소장의 말은 곧, 정근이가 하던 말과 같은 것을 깨달았다. 아침에 정근을 만났던 것과, 또 바로 아까 주재소 앞에서 정근을 만났던 것을 합해서 생각하면 대개가 추측이 되었다.

 

그렇지마는 도덕적으로 생각할 때에 소장의 말은 절절이 옳았다. 유순을 죽이게 한 것은 간접적으로 분명히 자기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숭이라고 부르짖은 정근의 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늘이 정근의 입을 빌어서 자기의 양심에 주는 책망인 듯하였다.

 

"잘 생각해보아! 너는 고등교육도 받고 고등문관 시험까지 파스한 신사가 아니냐. 한 일을 사내답게 했다고 해야지. 사내답게!"

 

하고 소장은 숭이가 무엇을 깊이 생각하고 있는 눈치를 보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자백을 시키려고 하였다. 소장의 말은 부드러웠다.

 

"내게도 죄는 있소. 그렇지마는 그것은 내 양심의 도덕상 죄이지 법률상 책임을 질 죄는 아니오."

 

하고 숭은 대답하였다.

 

"요시, 요시(잘 했다는 뜻)!"

 

하고 소장은 숭의 말을 받아서 적더니,

 

"그러면 전부를 다 말해보게그려!"

 

하고 소장은 유쾌한 빛을 보였다.

 

"어서 말하지. 바로 다 말하면 본서에 보고할 때에도 좋도록 할 수가 있으니까. 자현했다고 해도 좋으니까."

 

하고 소장은 숭에게 자백을 재촉하였다.

 

숭이가 유순이나 한갑에게 대하여 깊이 느끼는 도덕적 책임은 그의 법률적 이론을 둔하게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제가 책임 없는것을 말해 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유순과 간통한 사실도 없고, 한갑을 교사한 사실도 없다는 것을 밝혀 말하면 그만이 아닌가.

 

그렇지마는 숭의 마음은 그것을 허락할 수가 없었다. 순을 죽인 책임을 한갑에게만 지우는 것이 숭으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한갑과 공범이 되어서 한갑이가 받는 형벌을 같이 받는 것이 정당한 듯하였다.

 

이러한 생각에 숭은 한참이나 잠자코 있었다.

 

"어서 말해!"

 

하고 소장은 어성을 높여서,

 

"한갑을 교사해서 유순을 죽이게 한 것이 분명하지"?

 

하고 조건을 들어서 묻기 시작한다.

 

"나는 한갑이더러 유순을 죽이라고 한 일은 없소."

 

하고 숭은 대답하였다.

 

"바로 지금 했다고 말을 하고는 삼분도 못 지나서 그것을 부인해!"

 

하고 소장은 성을 내었다.

 

"없으니까 없다고 하는 것이오."

 

하고 숭은 새로운 결심으로 대답하였다.

 

"그러면 아까 네가 죄가 있다고 한 것은 무엇이냐? 거짓말을 하면 용서 아니할걸!"

 

하고 소장은 물었다.

 

"유순이라는 여자는 지극히 마음이 아름답고 곧은 여자여서 내가 믿기에는 결코 실행한 일이 없소. 한갑은 어떤 사람의 참소를 듣고 그 아내, 유순의 배에 있는 아이를 다른 사람의 아이로 잘못 생각하고, 취중에 아마 때린 모양이오.

 

그러나 나는 맹한갑이가 그 아내를 때릴 때에는 목격하지도 못하였고, 또 맹한갑의 입으로나 유순의 입으로나 그때 정황은 들은 일이 없소. 내가 맹한갑의 집에 간 것은 맹한갑의 어머니가 와서 큰일이 났다고, 태모가 출혈을 하니 와 달라고 하는 말을 듣고 간 것이오. 그러니까, 내가 이 사건에 대해서 관계한 것은 탈지면, 붕대, 응급치료, 약품 등속을 가지고 뛰어간 것과, 읍내에 들어가서 의사를 불러온 것밖에는 없소."

 

하고 숭은 사건 관계를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