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사는 포승을 내어서 선희를 묶었다. 그리고 신문하던 조서 끝에,
"피의자(선희를 가르킴)는 성질이 흉악하고, 언동이 오만하고 교격하여 신문하는 경찰관을 향하여 폭언을 토하고…."
하는 구절을 써넣었다.
선희는 낯에 핏기가 하나도 없이 순사에게 끌려서 자리에 돌아왔다.
"어디라고 그런 버르장머리를 해"?
하고 끌고 온 순사는 한번 선희를 노려보았다.
"오, 경관이란 건 무죄한 사람을 때리라는 것이냐"?
하고 선희는 대들었다.
"건방진 년. 이년, 어디 경을 좀 단단히 쳐보아라."
하고 주먹으로 한번 선희를 때릴 듯이 으르고,
"허숭이!"
하고 굵단 소리로 부르며, 숭의 팔목과 허리를 비끄러맨 포승을 심술궂게 잡아챈다.
숭은 순사에게 끌려 소장실에 들어갔다. 소장은 선희에게 대해서 발한 분한 마음이 아직도 가라앉지 아니하여서 담배를 뻑뻑 빨고 있었다.
소장은 채 아니 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더니 주소 성명 등을 묻는 것도 다 집어치우고, 앉으란 말도 없이 다짜고짜로,
"너는 어째서 사람을 죽이게 했어"?
하고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나는 사람을 죽이게 한 일이 없소."
하고 숭은 냉정하게 대답하였다.
"없다"?
하고 소장은 반문하였다.
"없소!"
하고 숭은 여전히 냉정하였다.
"그러면 모깡꼬(맹한갑)의 아내 유순이가 왜 죽었단 말이냐"?
하고 소장은 어성을 높였다.
"유순이가 죽은 것과 나와는 아무 관계도 있을 수 없소."
"있을 수 없어"?
"없소."
"모깡꼬는 네가 죽이라고 해서 죽였다는데."
"그런 몰상식한 일이 있을 리도 없고, 맹한갑이가 그런 말을 했을 리도 없소."
소장은 화두를 돌려,
"유순은 네 정부지"?
하고 숭을 노려보았다.
"그런 무례한 말을 해서는 아니되오."
하고 숭은 어성을 높여서,
"유순은 내가 중매를 해서 맹한갑과 혼인하게 된 남의 정당한 아내요."
하고 말끝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가 다 안다. 네가 유순을 데려다 두고 거진 일 년 동안이나 정부로 희롱하다가 유순이가 잉태를 하게 되니까, 그것을 감추느라고 한갑에게 시집을 보내고, 그리고 유순이가 아이를 낳는 날이면 네 죄상이 발각될 터이니까 한갑이가 너를 믿는 것을 기화로 여겨서,
맹한갑더러는 유순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맹한갑의 아이가 아니라, 유순의 행실이 부정해서 든 아이라고 말을 해서 맹한갑으로 하여금 유순을 죽여버려서 네 죄상을 감추어버리게 한 것이지? 벌써 맹한갑이가 자백을 했고, 모든 증인들이 다 말을 했는데, 그런데도 모른다고 잡아떼어"?
하고 소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