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는 한갑이가 순이를 발길로 차서 죽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이 퍼지자 유씨네 청년들은 분개하여 가만둘 수 없다는 의논이 높았다.
초혼 부른 적삼이 아직 한갑이의 집 지붕에 남아 있을 때에 유씨집 청년 사오 명이 모두 울분한 빛을 띠고 한갑의 집으로 몰려왔다.
"한갑이!"
하고 그 중에 갑 청년이 앞장을 서서 불렀다.
한갑이가 나왔다.
"우리 누이가 죽었다지"?
하고 갑 청년은 한갑을 노려보았다.
한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말짱하던 사람이 어째 죽었나"?
하고 갑 청년은 잼처 힐문하였다.
"헐 말 없네."
하고 한갑은 고개를 숙였다.
"헐 말 없어"?
하고 을 청년이 갑 청년의 등 뒤에서 뛰어 나왔다.
"내가 발길로 차 죽였으니 헐 말이 없지 아니한가."
하고 한갑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갑의 얼굴에는 결심과 비장의 빛이 보였다.
"이놈아, 사람을 죽이고 너는 살 줄 아니"?
하고 병 청년이 대들며 한갑의 뺨을 갈겼다.
한갑은 때리는 대로 맞고 있었다.
"이 자식 기애가 누군 줄 아니? 유가네 딸이다. 애초에 너 같은 상놈한테 시집갈 아이가 아니야. 숭이놈 때문에 너 같은 놈한테 시집간 것만 해도 분하거든. 옳지, 이놈 발길로 차 죽여"?
하고 정 청년이 대들어서 한갑의 머리와 뺨을 함부로 때렸다.
그래도 한갑은 잠잠하였다.
"가만 있어!"
하고 갑 청년이 다른 청년들을 막으며,
"그래 무슨 죄가 있어서 내 누이를 죽였나. 만일 내 누이가 죽을 죄가 있다면 말이지, 우리가 도리어 면목이 없겠지마는, 그래, 내 누이가 음행을 했단 말인가, 불효를 했단 말인가. 어디 말 좀 해보아!"
하고 힐책하였다.
"자네 누이는 아무 죄도 없네. 모두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세. 내가 미친놈이 되어서 남의 말을 듣고 죽을 죄를 지었지. 그러니까 자네들이 나를 때리든지, 경찰서로 끌어가든지 마음대로 하게. 다 달게 받겠네마는 내가 자네 누이를 위해서 원수 갚을 일이 있으니 하루만 참아 주게."
하고 입으로 흘러들어오는 코피를 퉤퉤 뱉어 버렸다.
유씨네 청년들은 한갑의 태연한 태도에 기운이 꺾였다.
그러할 즈음에 다른 한패의 청년들이 모여왔다. 그들도 다 유씨네 청년들이었다.
"그래, 이놈을 가만 두어"?
하고 새로 온 청년들 중에 한 사람이 한갑이 앞으로 대들었다.
"이놈아, 사람을 죽이고 성할 줄 알어"?
하고 그 청년은 한갑의 멱살을 잡아당기었다.
"그놈을 때려라!"
하는 소리가 났다.
한갑의 멱살을 잡은 청년은 한갑의 따귀를 두어 번 갈기니 한갑은 참지 못하여 그 청년의 덜미를 짚고 발길로 옆구리를 냅다 질러 마당에 거꾸러뜨렸다.
"이놈들 덤비어라! 이 개같은 놈들 같으니. 그래, 순이가 집이 없고 먹을 것이 없기로 너희놈들이 아랑곳 했니? 이 도야지 새끼같은 놈들 같으니. 내 어머니가 먹을 것이 없기로 한 놈이나 아랑곳했니? 이 죽일 놈들 같으니. 이놈들, 너희 입으로 네 누이니, 아주머니니 하는 순이가 허숭이허구 어쩌구어쩌구 했지. 이놈들아, 너희들이 그 주둥이루 안 그랬어? 그리구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이 똥을 먹일 놈들 같으니."
하고 입에 피거품을 물었다.
"이놈 봐라. 때려라!"
하고 유가네 청년들이 고함을 지르고 한갑에게로 들이덤비었다.
한갑은 혼자서 이리 치고 저리 차고 5~6명이나 때려뉘었다. 그러나 어젯밤 술에 곯았고, 낮이 기울도록 밥도 아니 먹은 한갑은 기운이 진하였다. 한갑은 땅에 엎드려서 모진 매를 맞았다.
한갑의 어머니가 나와서 울고 소리를 질러,
"사람 살리오! 사람 살리오!"
하고 외쳤으나 구경꾼만 모여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