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의사는 젊은 여자의 정맥을 찾아내기에도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마침내 절개를 하고야 정맥을 찾아서 침을 꽂을 수가 있었다. 숭의 피는 그 구멍으로 순의 혈관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피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숨도 아니 쉬고 보고 있었다. 수혈이 끝나는 동안에는 벌써 숭의 피는 순의 심장을 거쳐서 몇십 번이나 순의 전신을 돌았을 것이다.

 

수혈이 끝난 지 십 분이나 지나서 순의 두 뺨에는 불그레한 빛이 돌았다. 그리고 팔목을 잡고 앉았는 선희의 손가락에는 맥이 차차 힘있게 뛰는 것이 눈에 분명히 감각되었다.

 

"맥이 살아납니다."

 

하고 선희가 물러앉을 때에 의사는 선희의 몸에 손을 스치며 쭈그리고 앉아서 순의 맥을 본다.

 

"상당히 긴장이 있군."

 

하고 일본말로 중얼거리고,

 

"시작할까."

 

하고 젊은 의사를 돌아본다.

 

젊은 의사는 대답이 없다.

 

"고맛다나(곤란한데)."

 

하고 맥을 보던 의사가 일어나며 눈을 감고 무엇을 생각한다. 아무리 하여도 해본 경험 없는 부인과 수술을 할 생각이 나지 아니하는 것이었다.

 

"손군, 해보게."

 

하고 젊은 의사를 보고 말했다.

 

"손군"이라는 의사는 학교에 다닐 때에 부인과 수술을 견습하던 것이 기억되나, 실습기에는 내과와 외과를 보았을 뿐이요, 산부인과는 구경도 못하였던 것을 후회하였다.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아니하나 하겠다고 할 용기가 잘 나지 아니하였다.

 

"선생께서 하시지요. 저는 도와드리지요."

 

하고 젊은 의사는 선배에게 사양하였다.

 

숭은 이 두 의사가 도무지 신임이 되지 아니하였다. 자신 없는 수술을 해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선배되는 의사는 환자의 배를 한번 만져보았다. 그리고 태아의 위치를 결정하는 모양으로 이리저리 쓸어 보았다. 그러나 별로 무엇을 아는 것 같지 아니하였다.

 

의사는 또 마치 태아의 신음을 들으려는 것같이 귀를 환자의 배에 대었다. 이 귀를 대어보고 저 귀를 대어보았다. 선희가 보기에도 지금은 의사가 이런 일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시뀨우하레쯔까나(애기집이 터졌나)"?

 

이런 소리로 중얼거려보았다.

 

"이렇게 출혈이 되다가도 감쪽같이 낫는 수도 있건마는."

 

하고 태아는 벌써 죽었다던 자기의 진단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또 한번 귀를 환자의 배에 대어보았다. 그리고는 뱃속의 모양을 만져보아서 알려는 것같이 두루 만져보았다.

 

그리고는 환자의 배를 덮고 환자의 눈을 회중전등으로 한번 비치어 보고, 환자의 두 팔목을 잡고 맥을 보고, 그리고는 환자의 손톱과 발톱을 보고, 환자의 다리를 쓸어 보고, 그리고는 니쿨곽에 넣은 알콜면으로 손을 씻고 그리고는 뒤로 물러앉아서,

 

"도우모 먀꾸가 아야시이네(암만 해도 맥이 염련걸)."

 

하고 또 눈을 감는다.

 

순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이 입을 우물우물하였다.

 

선희는 얼른 미음을 숟가락에 떠서 순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순은 벌써 삼키는 힘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순의 이마와 가슴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선희는 수건으로 고이고이 그것을 씻었으나 씻은 뒤로 또 솟았다.

 

젊은 의사는 혼자 무엇을 알아본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순의 몸은 한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눈을 번쩍 떴다.

 

"여보, 이봐."

 

하고 선희는 즉각적으로 무슨 무서운 연상을 가지고 순을 흔들며 불렀다.

 

"수술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고 맥을 만져보고 난 의사는 선언하였다.

 

"고칠 수 없어요"?

 

하고 한갑 어머니는 소리를 내어 울었다.

 

"수혈을 한번 더 하면 어떨까요"?

 

하고 숭이가 물었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 할 수는 없습니다. 원체 쇠약하였으니까 암만해도 자신이 없습니다."

 

하고 간호부를 시켜 내어놓았던 기구를 주워 넣게 하였다.

 

"여보, 여보!"

 

하고 지금까지 말없이 섰던 한갑은 아내의 곁에 앉으며 아내를 흔들었다.

 

대답이 없었다.

 

"여보, 여보. 말 한 마디만 하오!"

 

하고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내가 당신을 죽였구려. 내가 두 목숨을 죽였구려. 여보! 한번만 눈을 떠서 내 말을 들어요!"

 

하고 옆에서 말리는 것도 듣지 아니하고 순을 잡아 흔드니 순은 눈도 뜨지 아니하고 대답도 없었다.

 

"여보, 순이!"

 

하고 선희도 순의 이마에 돋은 땀을 씻으며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