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이가 살여울에 나타난 것은 살여울의 평화를 깨뜨리는 데 많은 힘이 되었다.

 

정근은 살여울에 온 뒤로, 선희가 본래 산월이라는 기생인 것과 정선이가 서방질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과 숭과 선희가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힘써 선전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숭과 선희를 신임하던 까닭에, 또는 정근을 신임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아니하였으나, 열번 찍어서 아니 넘어가는 나무도 없거니와 사람에게 대한 신임도 의리도 백지장과 같이 엷어졌다.

 

"아 기생년에게 자식을 맡겨"?

 

이러한 소리가 나오게 되고, 어제까지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 중에는,

 

"기생이란다. 야, 기생이란다."

 

하고 선희가 듣는 곳에서 놀리며 까치걸음을 하는 아이도 있게 되었다.

 

더구나 숭이가 선희를 첩으로 두었다는 말과 유순을 버려 주었다는 말이 신문에 났다는 말을 정근에게서 들은 사람들은 숭을 도무지 가까이하지 못할 고이한 놈으로 여기게까지 되었다.

 

숭과 선희에게 대한 이러한 소문은 숭이가 경영하는 모든 사업에 지장을 일으키게 되었다. 첫째로 한 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동네 일을 의논하던 동회에 점점 출석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매주일 모일 때마다 가져오기로 한 쌀 저축과 짚신, 새끼 저축의 의무도 행하지 아니하는 이가 늘어가고, 동네 사람의 집에 언제나 다투어 환영함을 받던 숭을 환영하지 아니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갔다.

 

그러나 숭에게 가장 크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맹한갑이의 태도가 점점 소원해 가다가 마침내 숭에게 대하여 적의를 품는 태도까지도 보이게 된 것이었다.

 

정근이가 맹한갑을 허숭 배척의 두목으로 손에 넣으려 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그놈의 집엘 갈 테야"?

 

하고, 하루는 한갑은 숭의 집에 다녀온 아내 순을 보고 참을 수 없이 불쾌한 듯이 호령을 하였다.

순은 남편의 이 태도에 놀랐다.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순의 생각에는 이 말이 무슨 거룩한 것을 모독하는 것같이 들린 까닭이었다.

 

"왜 그러우"?

 

하고 순은 제 귀를 의심하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긴 무얼 왜 그래"?

 

하고 한갑은 더욱 불쾌한 빛을 보이며,

 

"내가 다 알어. 왜 걸핏하면 숭이놈의 집으로 가는지 내가 다 알어. 내가 모르는 줄 알구. 다시 그놈의 집에 발길을 해보아. 당장에 물고를 낼 테니."

 

하고 그는 감옥에서 여러 죄수한테 듣던 말투를 본받았다. 그리고 서방질하는 계집을 때려 죽이고 징역을 지던 사람을 연상하였다.

 

"그게 웬 소리요"?

 

하고 순은 울고 싶었다.

 

"우리가 뉘 덕으로 살길래 허 선생께 그런 말을 하시오"?

 

"내가 다 알어. 다시는 그놈의 집에 가지 말라거든 가지 말어."

 

하고 한갑은 몇 걸음 밖으로 나가더니 돌따서서 순의 곁으로 오며,

 

"그 뱃속에 있는 애가 뉘 애야? 바로 말을 해!"

 

하고, 그가 경찰서와 검사정에서 보던 관인들의 눈과 표정을 보였다.

 

"아니, 그건 다 무슨 소리요"?

 

하고 순은 앞이 아뜩아뜩함을 깨달았다.

 

"무엇이 무슨 소리야? 네 뱃속에 든 아기가 어느 놈의 아이냔 말이야."

 

하고 한갑은 땅바닥에 침을 퇴하고 뱉었다.

 

한갑은 타오르는 분노와 질투에 전신을 떨었다.

 

순에게는 한갑의 말은 실로 청천벽력이었다. 남편의 정신이 온전한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 네가 어디 있었어"?

 

하고 한갑은 재차 물었다.

 

순은 어색하여 대답이 나오지 아니하였다.

 

"내가 다 알어."

 

한갑은 성낸 얼굴에다가 빈정거리는 웃음을 띠고,

 

"내가 들으니까 나 감옥에 있는 동안에 네가 숭이허구 함께 살았다더라. 병 구완합네 하고 한 방에서 자구. 흥 그리구는 인제는 모르는 체야. 옳지, 응, 숭이놈이 실컷 데리고 살다가 산월이년이 오니께루 내게다가 물려주어? 죽일 놈 같으니. 내가 그놈의 다리 몽둥이를 안 분지를 줄 알구. 흥, 밴밴한 계집애는 모조리 주워 먹는 놈이 아주 겉으로 점잖은 체허구. 내가 왜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었는지 아니? 그놈이 나를 변호합네 하고 되려 잡아넣어서 그랬어. 내가 다 알어, 흥, 모르는 줄 알구. 아이구, 분해라."

 

하고 이를 오드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