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정선의 다리가 뚝 떨어졌다. 아직도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다리다. 간호부는 무슨 나무 조각이나 드는 것같이 그 떨어진 다리를 들어서 금속으로 된 커단 접시 같은 것 위에 올려놓았다. 끊어진 다리에 붙은 발가락들이 가끔 살고 싶다는 듯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의사는 집게로 집어서 걷어올렸던 살과 가죽으로 끊어진 뼈를 싸고, 초생달 모양으로 생긴 바늘에 흰 무명실을 ?69꿰 것으로 숭숭 꿰매었다. 그리고는 약을 바르고 가제로 싸고 솜으로 싸고 붕대로 감고 이리해서 수술은 끝났다.
"이것 보아!"
하고 이 박사는 정선의 다리(이제 끊겨 떨어진 죽은 다리를 이리저리 뒤집어보다가) 무릎께서 칼로 폭 찔러 째어서 피고름이 쏟아지는 것을 보이며 말하였다.
다른 의사들도 끊어진 다리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만져보았다. 마치 무슨 장난감이나 되는 듯이.
정선의 몸은 깨끗이 씻기우고 옷을 입히었다. 코에 대었던 마스크도 떼어졌다. 간호부는 정선의 이마에 돋은 땀방울을 씻어내고 정선을 수레에 얹어 싣고 홑이불과 담요를 덮었다.
삐걱하고 수술실의 문이 열릴 때에, 정선의 붕대로 동인 검은 머리가 수레 위에 누운 대로 쑥 나오는 것을 볼 때에 숭은 길을 비키면서 가슴이 몹시 울렁거림을 깨달았다. 그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숭은 정선이가 탄 수레를 제 손으로 끌었다. 그리고 눈이 아뜩아뜩하도록 흥분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병실에 들어가서 간호부가 정선을 안아 내릴 때에 한쪽 다리가 무릎으로부터 없는 것을 보고 숭은 놀랐다.
그럴 줄을 생각 못하였던 것같이 놀랐다.
"정선은 한 다리를 잃었구나!"
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병실에 돌아온 지 얼마 아니하여 정선은 눈을 떴다.
"수술 다 했수"?
하고 정선은 곁에 앉은 남편을 보고 물었다.
"응."
하고 숭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쨌나"?
하고 정선은 다시 궁금한 듯이 물었다.
"응."
하고 숭은 길게 설명하기를 원치 아니하였다.
"아프지 않어."
하고 정선은 빙그레 웃었다.
"아프지 말라고 수술했지."
하고 숭도 웃어 보였다.
"그렇게 여러 날 못 주무셔서 어떡허우? 유월이더러 보라고, 당신은 좀 주무시구려."
하고 정선은 숭의 초췌한 얼굴을 보며 걱정하였다.
"염려 마오."
하고 숭은 네모나뎃 병을 들어 정선의 입에 넣어주었다.
정선은 가장 맛나는 듯이 그것을 두어 모금 마셨다.
정선은 그날 하루를 제 다리가 끊긴 줄을 모르고 지냈다. 그 이튿날도 그러하였다. 끊긴 쪽 무릎이 가렵다는 둥, 그쪽 발이 가볍다는 둥, 긁어달라는 둥, 그쪽 다리가 아직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리가 병신은 안 되우"?
하고 근심되는 듯이 남편에게 묻기까지 하였다. 그럴 때에는 숭은 긁는 모양도 해주고 만지는 모양도 해주었다. 그러면 정말 긁히운 듯이, 만지운 듯이 정선은 만족하게 가만히 있었다.
다리를 자른 뒤에는 열도 오르지 아니하고 고통도 덜려서 정선은 하루의 대부분을 눈을 뜨고 지내고 남편과 이야기도 하였다. 정선은 매우 명랑하게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