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아."
하고 정선은 소리를 쳤다.
"네에."
하고 유월이가 뛰어 들어왔다. 유월의 처녀다운 낯을 보기가 부끄러워서 정선은 눈을 감았다.
"영감이 너보고 내 말을 아니 물으시든"?
"……."
"나 오기 전에"?
하고 정선은 눈을 떴다. 유월은 대단히 얌전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아뇨. 암 말씀도 아니하셔요."
하고 유월은 의아하면서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나 오기 전에는 어느 방에서 주무셨니"?
"안방에서요."
하고 유월은 웃음을 참느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식전에 제가 들어오니깐…아이, 우스워."
하고 유월은 우스워서 말이 막혔다.
정선은 유월의 웃는 까닭이 이상했다.
혹시 숭이가 유월이를 건드리려고 한 것이나 아닌가 하여 갑자기 질투를 느꼈다.
"이년, 말을 하지 않고 웃긴 왜 웃어? 바로 말을 해!"
하고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유월은 웃음을 거두고,
"영감마님께서 저 벽에 걸렸던 마님 치마를 안고 계시다가 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내어던지시겠죠."
하고 겁내어 하는 눈으로 정선을 바라본다.
유월의 말에 정선은 눈을 감았다. 어디까지든지 남편을 몰라보는 저로구나 하고 부끄러웠다.
"그 동안 잿골 서방님도 오셨든"?
하고 정선은 유월의 대답에서 무슨 재료를 얻으려고 물었다.
"그럼요. 밤낮 오셔서."
하고 유월이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래, 잿골 서방님이 오셔서 어떻게 하든"?
하고 정선은 무서운 대답을 기다리면서도 물었다.
"오시면 안방으로 들어오셔서…."
하고 말이 막힌다. 본 대로 다 말해도 옳은지, 않은지를 모르는 까닭이다.
정선은 유월이가 저를 바라보고 앉았는 것을 보고,
"어서 본 대로 다 말해."
하고 재촉하였다.
"안방에 들어오셔서는 어멈더러 자리를, 마님자리를 깔라고 호령을 하고, 사루마다 바람으로 어멈을 껴안고-그건 도무지 말이 아니랍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셔서는 세숫물을 떠 오라고, 술을 사 오라고, 반찬이 없다고 소리소리 지르시지요. 남이 부끄러워…."
하고 유월이는 분개한 빛을 보였다.
정선은 또 눈을 감았다. 더 말하랄 용기가 없었다. 정선은 지금 제가 누운 자리가 갑진의 살이 닿았던 것을 생각할 때에 그 자리와 몸이 불결한 것을 깨달았다.
"이 자리 걷어라."
하고 정선은 벌떡 일어났다.
유월은 명령대로 자리를 걷어 이불장에 얹었다.
정선은,
"그 홑이불, 욧잇, 베개잇 다 뜯어 빨아라. 내가 또 그것을 덮어 볼는지 모르겠다마는."
하였다.
유월은 제가 한 말이 큰 화단이 되지나 않는가 하고 겁이 났다.
그러나 영감마님을 생각하고 마님과 김 서방을 생각하면 그런 말을 제가 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기운차게 이불과 요를 마루에 내다놓고,
"여보, 똥이 할머니, 이불 뜯으세요!"
하고 아랫방을 향하여 소리를 쳤다. 유월은 제가 갑자기 중요 인물이 된 것같이 생각되었다.
"여편네가 그게 무슨 꼴이람"
하고 유월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편네란 것은 물론 정선을 가리킨 것이었다.
정선은 이불을 내다놓고 들어오는 유월이를 보고,
"요년, 너 영감께 다 일러 바쳤구나"?
하고 눈을 흘겼다.
정선은 저와 갑진에게 대한 모든 비밀이 유월의 입을 통하여 남편의 귀에 들어간 것같이 생각하고 유월이가 미워진 것이었다.
"아닙니다. 쇤네가 무얼 영감마님께 일러 바칩니까."
하고 유월은 당황하여 쓰지 말라는 쇤네라는 말을 쓰다가,
"저는 암 말씀도 아니 여쭸습니다."
유월은 딱 잡아떼었다.
"내가 잿골 서방님하고 오류장 갔다가 밤에 늦게 온 이야기도 네가 했지. 요년"?
하고 정선의 말은 더욱 날카로왔다.
"전 오류장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합니다."
하고 유월은 속으로는 토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