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趙)성 쓰는 상놈이 하나 있었다.

 

성애라고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그의 정업은 투전이었다. 투전을 하여 요행 돈냥이라도 생기면 그것으로 술을 먹었다.

 

투전판도 알맞은 것이 없을 때는 길목을 지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생트집을 잡아서 싸움을 걸었다. 그리고 거기서 몇 잔의 술이라도 따 내고 하였다.

 

포도청 포교들이며 금부며 옥졸들도 이 조가는 꺼리었다. 조가는 옥에 갇히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옥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예상사로 알았다. 나오기만 하면 당일로 또 다시 못된 일을 하였다. 뿐더러 자기를 잡아 가둔 포교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았다.

 

옥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맞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인지라 모두들 이 조가를 꺼리었다. 포교들이 밤중에 알지 못하고 조가를 붙들었다가도 조가인 줄 알기만 하면,

 

“이번에는 용서해 주거니와 이 다음 다시 잡히는 날은 용서하지 않는다.”

 

고 위협한 뒤에는 자기 편에서 슬며시 피하고 하였다.

 

이 조가에게는 고모가 하나 있었다. 그 고모는 무당이었다. 무당 가운데도 그다지 불리지 못하는 재짜 무당이었다. 그것이 어찌어찌하다가 우연히 하옥 애첩 양씨에게 불리게 되었다. 사람의 연분이란 기괴한 것으로서, 이 말째 무당이 한 번 두 번 양씨에게 드나드는 동안, 양씨의 신임과 총애를 얻었다. 그 무당이 양씨에게 신임을 받게 뇐 얼마 뒤에, 거리의 부랑자 시빗군 조가는 변방이나마 함경도 어떤 고을의 성주로 임명이 되었다.

 

―토굴과 같은 안국동 어떤 막걸리집 누린내와 지린내와 막걸릿내가 뒤섞인 마굴에서 술군 세 사람이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는 이 조가에 관한 말이었다.

 

“좌우간 좋은 세월일세. 조가 놈이 원님이 다 되어 간다니―그러면 우리도 원님 되지 말라는 법이야 없겠지.”

 

두 사람의 다툼을 말리던 친구가 탄식 섞인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청풍 이가'는 그래도 자기의 샘을 감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따윗 놈이 원님? 흥! 그 놈이 원님 노릇을 제대로 한다면 내×도 선달―흥! 선달? 판서를 하겠다. 판서? 정승이라두 하겠다. 원님이 다 뭐냐? 아니꼽게.”

 

“이 청풍 이가야, 양반아, 도둑놈아! 글쎄, 내가 조가를 원을 시켰단 말이냐? 왜 내게 시비냐? 내가 원을 시킬 수만 있다면 네 말마따나 네×도 정승을 시켜 주마. 공연히 떠들지 말고 잔이나 어서 내서 이리 내보게.”

 

불평객은 겨우 잔을 들었다. 꿀꺼덕! 목젖 소리를 내며 단숨에 막걸리를 들이키고 잔을 맞은편에 앉은 친구에게 던져 주었다.

 

“자 따라 주게. 그렇게 응얼응얼 할 게 아니라. 그 놈이 원님이 됐으면 우리는 술값이나 따 내러 놈을 찾아가구 함세나. 놈이 아무리 원님이 됐단들 우리야 괄시하겠나? 술값 떨어지면 찾아가구 함세나.”

 

호기로운 친구는 여전히 하하하 웃으면서 술잔을 들이켰다. 떠오르는 김, 몰려 오는 지린내, 누린내―이러한 가운데서 어두컴컴한 등잔 아래 이른 봄의 밤은 차차 깊어간다. 자기네의 그루우프 가운데서 한 사람의 원님을 낸 동지들은 이 값싼 향락처인 막걸릿집에서 그들의 종일 시달린 피로와 울분을 텁텁한 몇 잔의 막걸리로써 푸는 것이었다.

 

야반(夜半)을 알리는 종 소리가 꺼지는 듯한 무거운 여음을 남기면서 울었다. 그 종 소리의 여음을 기다리던 듯이 '수리어!'하는 장님의 웨치는 소리가 가까운 어느 곳에서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