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도 아니요 농도 아닌 말을 입에 거품을 물어 가지고 주고 받을 때에, 아직껏 잠자코 있던 다른 친구가 나섰다.

 

“자식들아! 나이 사십에 철따구니 없이 이게 쌈이냐 농이냐? 쌈을 할라거든 주먹이 왔다 갔다 하게 하거나…어린애들같이…”

 

“내야 누구 쌈을 하쟀나? 저자식이 술 타박만 연방하기에 말이지. 야, 이 어리석은 자식아! 이 철없는 자식아! 그래 조(趙)가 놈이 원님이 됐건 감사가 됐건, 네가 그렇게 샘을 할 게 뭐냐 말이다? 너도 원님 한 자리 벌려무나.”

 

즉, 아직껏 입에 거품을 물고 싸우던 '청풍 이가'는 풀 없이 머리를 푹 수그려 버렸다.

 

“글쎄 놈들아! 사나흘 전까지도 상투를 맞잡고 놀던 조가 놈이, 갑자기 원님이 웬 원님이냐 말이다.”

 

“그게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너의 누이를 무당이나 내리게 해서…”

 

그는 사면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합(羅閤) 댁에 들여보내려무나.”

 

“쉬! 남이 들었다는 목 달아날라.”

 

“걱정 말게. 내 소리는 쥐도 새도 못 듣네.”

 

“하하하하.”

 

그는 유쾌한 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장상이 동석(將相同席)이면 아들도 거기 들어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