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과 같은 집―

 

몇 해나 된 집인지 새까맣게 덜미고 또 덜미어서, 벽과 기둥의 경계선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된 그 위에는, 수증기와 기름때가 번지르하니 발리어 있다.

 

문에는 팔각등이 어렴풋한 빛을 겨우 비치고 있고, (키가 작은 사람이라도 허리를 잔뜩 굽히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낮은 문 밖에는 베 장이 늘이어 있으며, 그 틈으로는 김이 무럭무럭 문이 메게 나온다. 허리가 꺾어지도록 구부리고 그 안에 들어서 보면, 누린내와 고린내가 코를 쏘게 나는 그 안, 왼편에는 지금도 피가 뚝뚝 흐르는 쇠대가리가 눈을 부릅뜨고 걸려 있고, 그 아래 걸린 커다란 솥 안에는 전골탕이 우글우글 끓고 있다.

 

막걸리 냄새, 쇠대가리 삶는 냄새, 김치 냄새, 안주굽는 냄새, 사람의 땀 냄새, 저 편에서 몰려 오는 지린내―이런 가운데 흐리멍텅한 등잔 아래는 평민들이 모여서 그 날 하루 진일의 피로를 한 잔의 막걸리로 잊어버리려는―서울 명물의 막걸리집―

 

서서 술을 먹고, 서서 마음대로 안주를 집어먹고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원칙에 반하여 방의 한 모퉁이를 점령하고, 가운데 술상을 놓고 주전자로 술을 따라먹는 몇 사람의 손이 있었다.

 

모두들 벌써 반감은 지난 모양이었다. 어두운 등잔 아래 기름때가 내밴 그들의 얼굴은 검붉게 번들번들 광이 났다. 나이가 모두 사십 내외쯤, 계급으로 보아서 의관은 할 자격이 없는 상인들인 듯―

 

“이자식! 어서 먹고 잔 내라.”

 

남향을 하고 앉았던 사람이 자기 맞은편에 앉은 친구에게 이렇게 역정을 내었다.

 

“자식두! 서울서 매맞고 송도서 주먹질한다고 웬 짜증이냐?”

 

“후레자식! 내가 짜증이냐? 술잔을 내지 않기에 말이지. 네놈하고 술 먹다가는 모두 안달 나 죽겠다.”

 

“○○할 자식! 그럼 바리깨를 달래서 바리깨로 퍼부으려무나. 저자식 할애비가 술 못 먹어 죽었나베.”

 

“이 자식! 우리끼리 다투면 다투지 조상은 왜 들추느냐? 그래도 우린 당당한 청풍 이가로다. 너 같은 상놈과는 다르다.”

 

“흥! 청풍은 도둑놈 많이 난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