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녀―삼청동에서 싸움 잘하고 동리 아이들 욕 잘 하는 이 얽은 소녀가 장래 자라서는 흥선대원군을 적수(敵手)로, 삼천리 강산을 왼손으로 휘두른 고종비 민씨(高宗妃閔氏)의 전신이었다. 흥선 부인의 일가 아저씨 되는 민치록(閔致祿)의 외딸, 당시 나이는 열 한 살―

 

이리하여 삼청동 구석에서는 한 개의 무서운 알(卵)이 성장되고 있었다.

 

“망할 자식들 같으니!”

 

일변 얽은 것을 조롱하면서 도망하는 소년들에게 향하여 소녀는 연거푸 저주를 퍼부었다. 성(性) 방면에 좀 오딘 이 소녀는 자기의 얼굴이 얽은 것을 비웃긴 것이 분하기가 짝이 없었다. 도망하여 길 모퉁이로 꺾어지면서 사라지는 소년들을 등을 바라보는 이 얽은 소녀의 눈에는, 푸르른 독기(毒氣)가 나타나 있었다.

 

소년들이 좌우로 모두 도망하여 없어진 뒤에 이 동리는 갑자기 조용하여졌다. 장안의 북쪽 끝 백악(白岳) 기슭에 놓여 있는 이 동리는 저편 앞에서 지금도 수 없이 일고 잦을 모든 군잡스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봄, 아니 봄이라기는 아직 좀 이른 늦은 겨울―바람은 아직 찼지만 쏘는 기운은 없는 바람이었다. 바람만 없는 곳에는 벌써 볕이 꽤 따스하게 내려 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하여진 동리의 길 복판 가운데 좀더 버티고 서 있던 소녀는, 악동들에게 얽으망태라고 욕먹은 것이 그래도 분하여서, 종알종알 저주를 퍼부으면서 자기 오막이의 대문으로 향하여 돌아왔다. 그리고 급기 대문을 열려다가 저 편 길 모퉁이에 사람의 무리가 한 떼 나타나는 것이 시야(視野) 한편 끝에 보이므로 눈을 그리로 돌려 보았다.

 

웬 한 개의 안행차였다. 소녀는 다분의 호기심을 가지고 이 대낮에 지나가는 안행차를 바라보았다.

 

초라한 안행차였다. 다 빛 낡은 사인교에 해진 옷을 걸친 교군군이며, 겨우 한 명의 계집종을 거느린 이 안행차는 삼청동 같은 빈민굴에나 적합한 초라하기 짝이 없는 행차였다. 행차는 소녀의 집 앞에까지 왔다. 가까이 이른 다음에 보매, 그것은 소녀가 익히 아는 흥선 부인의 행차였다.

 

“아이고 언니! 어떻게 오세요?”

 

“오 너냐! 잘 자라느냐?”

 

이 일가 형제는 서로 손목을 잡았다.

 

“아버님이 병환이 계시다기에 왔다. 병환은 어떠시냐?”

 

“무슨 환후인지 구미가 없으시고 때때로 토혈도 하시고―아주 심상치 않으신 모양이에요.”

 

“오오! 혼자서 얼마나 애를 쓰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