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하여 응원은 손을 들어서 난초의 잎 한 개를 가리켰다.
“여기가 너무 굵게 되지 않았습니까?”
흥선은 응원의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잠시 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동시에 오른손에 잡고 있던 붓이 응원의 가리키는 곳에 와 떨어졌다. 순간―그렇지 않아도 응원이 굵다던 잎은 마치 뭉치와 같이 굵게 변하였다.
“자 인제는 어떤가?”
악연히 흥선의 붓만 보고 있는 응원에게 대하여 흥선은 하하하하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여섯 간 병풍―
크고 작은 난초가 규칙 없이 벌여져 있는 병풍이다. 그 병풍 앞에 흥선은 청지기 응원과 함께 앉아서 보고 있었다.
며칠 전에 김 병기에게서 난초에 대한 칭송을 들은 흥선은 그 돌아온 즉시로 자기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서 재료를 준비하여 몸소 그린 여섯 장의 난초로 한 개의 병풍을 만든 것이었다. 낙척 종친 흥선이 세도 김병기에게 보내는 선사―아첨물이었다.
병풍 앞에 앉은 흥선의 얼굴에는 득의의 표정이 역연히 나타나 있었다. 그 곁에서 보고 있는 응원의 얼굴에는 마땅치 못하다는 듯한 불만의 표정이 있었다. 흥선은 의견을 묻는 듯이 응원을 돌아보았다. 응원은 즉시로 대답지 않았다. 잠시 더 무거운 눈을 병풍에 던지고 있다가야 겨우 대답하였다.
“×판서 댁에 보낸 병풍보다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보다 밑천이 적게 들었거든.”
응원은 병풍의 난초가 못하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흥선은 병풍 자체가 못하다고 들은 모양이었다.
“밑천도 적게 들었거니와 공력도 적게 들었습니다.”
“?”
“휘호도 ×판서 댁 것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흥선은 눈을 굴려서 응원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병풍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