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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언제쯤 돌아오실지도 모르겠구면?”
“네, 알 수 없습니다.”
“언제 돌아오시든지 나도 어차피 한가한 사람이니깐 기다리지. 방도 뜨뜻한 것이 괜찮구면.”
청지기가 분명히 싫어하는 것을 흥선도 모르지는 알고도 모른 채하는지, 보료 아래서 녹이던 손을 뽑고 보료 위에 올라 앉았다. 그리고 담배서랍을 끌어당겼다. 흥선은 담배를 피우면서 연하여 청지기에게 무슨 이야기를 걸었다. 응대하기가 귀찮은 청지기는 되는 대로 대답을 하였지만, 그런 것을 구애하지 않고 흥선은 연하여 신통하지도 못한 질문을 발하였다.
주인 김 병기가 자기의 집으로 돌아온 것은 거의 저녁 때가 되어서였다. 세도의 귀택―골목 밖에서부터 벽재 소리가 요란히 울리면서 대문을 위세 좋게 열고 병기의 행차는 제 집으로 들어왔다. 응대하기 싫은 흥선과의 응대를 억지로 하고 있던 청지기는, 주인을 맞으러 흥선을 버려 두고 달려 나갔다. 그 뒤를 흥선은 또한 바삐 따라 나갔다.
댓돌을 올라오는 병기를 청지기가 맞을 때에 흥선도 청지기의 뒤에서 병기를 맞았다.
“대궐에서 나오시는 길이오니까?”
병기는 흥선을 쳐다보았다. 한 순간 귀찮다는 표정이 그의 눈썹 위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날은 병기는 마음이 매우 유쾌한 날인 듯싶었다. 한 순간 그의 눈썹 위에 나타났던 어두운 그림자는 즉시로 사라졌다.
“대감 언제 오셨소?”
“벌써 왔소이다.”
“들어가십시다.”
병기는 자기의 늦은 것을 변명하면서 흥선을 사랑으로 인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