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이 '상갓집 개'는 그의 초라한 모양을 또 다시 세도 김 병기의 집 사랑에 나타내었다. 병기는 출타하고 집에는 청지기가 있을 뿐이었다.
“그럼, 자네 방에 들어감세. 들어가서 대감 돌아오시기까지 기다리지.”
달가와하지 않는 청지기의 표정을 뻔히 보면서도 흥선은 앞장을 서서 청지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세도집 청지기라 흥선 따위 영락된 군(君)은 눈꼬리로도 안 보이는 터이지만, 그래도 표면상 종실의 일원에게 대한 예의는 지키지 않을 수가 없는 그는 묵묵히 흥선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세도가 청지기의 방은 흥선의 사랑보다 훨씬 나았다. 그 꾸밈이며 방의 넓고 크기는 둘째 두고, 방바닥이 타도록 불을 뜨뜻이 때어둔 것부터 흥선의 사랑보다 나았다.
“어, 방 뜨뜻하군! 나이 사십을 넘어서니깐 몸이 오삭오삭 늘 춥거던. 자네 방 참 뜨뜻할세.”
하면서 흥선은 대짜로 아랫목으로 내려가서 보료 아래 손을 넣으며 웅크리고 앉았다. 그 앉은 모양조차도 궁상스러웠다.
청지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웃목에 종그리고 앉았다. 흥선으로서 만약 제 격식 찾을 자격이 있더라면, 어디서 청지기가 흥선의 있는 방 웃목에 종그리고 앉으랴만, 흥선 따위는 눈 아래 깔고 보는 청지기는 귀찮다는 표정을 감추지도 않고 웃목에 종그리고 앉았다. 흥선은 흥선대로 그것을 탓하지도 않았다.
“대감은 어디 행차하셨나?”
“알 수 없습니다.”
흥선의 물음에 청지기는 뚝 하니 대답하였다.
“언제쯤 나가셨나?”
“그것도 소인은 알 수 없습니다.”
청지기가 주인 대감의 출타한 시각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도 사람을 무시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흥선은 탓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