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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왕손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노래가 틀렸다―왕손은 여기 있되 산천은 간 데 없다―이렇게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
기생 계월이의 방―고즈너기 장구 소리에 어울리는 계월이의 시조를 듣고 있던 흥선은, 졸음 오는 몸을 조금 일으켜 앉으며 계월이의 노래를 가로막았다. 계월이는 장구를 멈추었다. 그리고 설레발이와 같이 기다란 눈썹 아래 있는 눈을 굴려서 흥선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왕손은 여기 있되 산천은 간 데 없네―다시 한 번 불러 봐라.”
장구를 조금 밀어 놓았던 계월이는 다시 장구를 끌어당겼다. 땅 하는 장구소리에 연하여 계월이의 노래는 다시 시작되었다.
“사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왕손은 예대로나 산천은 변하였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