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똑딱, 다듬잇소리는 그냥 연하여 들려 왔다. 세상이 모두 잠든 밤중에 규칙바르게 들려 오는 이 다듬잇소리는 흥선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였다. 한참 말 없이 그 다듬잇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흥선은, 자기의 우울한 기분을 한꺼번에 씻어 버리려는 듯이 손으로 툭 한 번 자기의 넓적다리를 쳤다.
“왕손은 예대로되 산천은…. 계월아! 왕손은 지금 영락되고 영락돼서 계월이 같은 기생한테도 구박을 받으면서, 그래도 무얼 찾아 먹자고 기신기신 찾아 다니누나. 그렇지?”
눈을 아래로 향하고 있던 계월이는 한 순간 흥선을 흘겼다. 무슨 말씀을 하시노 하는 표정이었다. 그 눈 흘김을 보면서 흥선은 몸을 조금 움직였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자 계월 아씨! 자리나 하시오. 곤하다! 아무리 왕손이라도 식색에는 이길 수가 없다. 몇 잔 술에 오늘은 지독히도 취하는군.”
그러나 계월이는 그냥 못 들은 듯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저편에서 들리는 다듬잇소리는 이 고요한 장면에 일점의 정취를 더하는 듯이 그냥 끊임없이 들려 왔다. 한참의 말 없이 장구채로 자기의 버선코만 두드리고 있던 계월이가, 귀찮은 듯이 장구채를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머리를 들었다.
“대감!”
“왜 그러느냐?”
“어제 김 판서 댁에 가셨어요?”
“김 판서란? 병기 말이냐?”
“네.”
“음 갔었다. 그래 왜?”
계월이는 흥선을 쳐다보던 눈을 도로 아래로 떨어뜨렸다. 무슨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올 듯 나올 듯하였다. 그러나 그 말은 종내 삼켜 버리고 말았다.
“갔으면 어떻단 말이냐?”
계월이는 한참을 입만 우물거리다가 겨우 대답하였다. 듣기 힘들도록 작은 소리였다.
“대감, 왜 그 댁에를 자주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