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왜 그래?”
“대감, 대체 어쩌자는 셈이세요?”
“어두운데 주먹이라, 갑자기 왜 이리 노하셨나?”
양씨는 입에 물었던 기다란 담뱃대를 오른손으로 들고, 지금 한창 세우는 중인 사랑 용마루를 가리켰다.
“저것 보서요. 사랑 지붕에 가리워서 목멱산이 보이지를 않으니, 나 같은 천비는 남산도 보지 말고 살라는 셈이구료? 너무도 심하시외다.”
하옥은 눈을 둥그렇게 하였다.
“허어! 남산이 보이지를 않는구면. 남산이 안 보여서야 되나. 당장에 이놈들을 꾸짖어야지.”
여기서 나온 하옥은 직접으로 목수를 호령하여 사랑 기둥을 잘라서 안방 마루에 앉아서도 남산이 우러러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양씨의 세력은 당당하였다. 하옥은 그의 손으로 나라를 주무를 권력을 잡았다. 양씨는 그의 손으로 하옥을 주무를 권력을 잡은 것이었다.
그런지라, 양씨는 하옥을 통하여 간접으로 나라를 주무를 권력을 잡은 것이었다. 세상이 양씨를 가리켜 나주합하(羅州閤下)라 하고 나합(羅閤)이라 함은 이 때문에 나온 이름이었다.
본시 기생인 양씨는 무당 복술을 몹시 섬겼다. 본시 천비인 양씨는 금전을 여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런지라, 금전을 뇌물하거나 무당 복술의 손을 빌면, 시정의 상놈이며 시골 머슴군이라도 넉넉히 나주 합하 양씨에게 접근을 할 수가 있었으며, 양씨에게 접근하여 양씨의 총애만 얻으면 벼슬 같은 것은 마음대로 얻어 할 수가 있었다.
이 양씨의 손을 통하여 조선 각도에 퍼져 나간 수령의 수가 꽤 많았다. 그리고 이 수많은 수령들을 일변 만들어 보내고 일변 갈아 들이는 동안 양씨의 손 안에 들어온 금은 보화가 누백만이었다.
상놈으로 태어나면 절대로 얻어 할 수 없던 문관이 양씨의 덕택으로 상놈도 얻어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양씨에게 귀염받는 무당이나 복술을 자기의 친척 가운데 가지고 있으면, 그가 비록 상놈일지라도 넉넉히 벽지의 수령쯤은 얻어 할 수가 있었다.
“나합(羅閤)!”
비웃음과 경멸과 위포가 함께 섞여 이 이름은 서슬이 푸르르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