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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사내의 웃음 소리가 끊어진 지 그 몇 해련가? 이래 감상적인 여인의 높은 웃음 소리는 간간 울리어 본 적이 있었지만, 우렁찬 사내의―더구나 기탄 없는 웃음 소리는 울리어 본 적이 없었다.
대비는 이 우렁찬 웃음 소리를 미소로써 들었다.
"자 마음껏 많이 잡수세요."
"대비마마께서 하사하신 진찬―마음껏 먹겠습니다. 본시 야인이 예의를 모릅니다. 삼년 전 그 때에는 만반 진찬을 앞에 보기만 하고 그만 먹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오 아까운 것을…"
"왜 안 자시었소?"
대비는 미소로써 이렇게 물었다. 흥선에게 술을 따르고 있던 나인이 참다 못하여 얼굴을 새빨갛게 하며 픽 웃었다.
"네? 하아, 팔자가 궁하니깐 앞에 놓은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옵니다."
대비도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이런 명랑한 웃음 소리는 근래에 듣기 힘든 일이었다. 이 이단자의 불규한 언행이 엄격한 규율에 진저리난 대비는 마음에 맞은 것이었다.
흥선은 대비를 위하여 삼 년 전에 영의정 김 좌근(金左根)의 집에서 만반 진찬을 앞에 놓고도 먹지 못한 그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무오년(戊午年) 삼월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