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한턱 잘 하셔야 하겠읍니다."

 

한 턱 하라는 것은 성공하였다는 뜻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성공하였다는 것은 대비께서 흥선을 인견하겠다는 승낙이 나온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미소를 띠고 자기를 바라보는 호준의 눈을 마주 볼 동안 못마땅하다는 듯이 찌푸리고 있던 흥선의 얼굴도 차차 펴졌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도 차차 미소가 나타났다.

 

"한턱 하라시면 언제든 하기야 하지. 하여간 성하는 어떤 회보를 가지고 왔읍디까?"

 

"초나흗날 저녁에 별저(別邸)에서 안견하시다고―"

 

"초나흗날?"

 

흥선은 손을 꼽아 보았다.

 

"내일, 모레, 글피―글피로구먼?"

 

"네, 글피―그런데 그 날은 대감도 새 옷을 한벌 장만하셔야 합니다."

 

"왜?"

 

"그럼, 그 옷으로 대비께 뵈러 가시겠습니까?"

 

옷이라 하는 것에 그다지 마음을 두지 않는 흥선은, 고소를 하면서 자기의 옷을 굽어 보았다. 명절이라고 깨끗한 옷은 옷이지만, 술주정군의 옷이라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것을 기운 자리가 있었다. 고소로서 자기의 해진 옷을 굽어 보고 있던 흥선은 그만 픽 하고 웃었다.

 

"별로이 새 옷은 없을걸―새 옷이 있으면 한 벌 좀 주시구료."

 

"달라시면 드리기야 하겠지만 대감께는 맞지를 않을걸요?"

 

"왜? 클까?"

 

"크지요."

 

"크면 좀 높이 입으면 그 뿐이지―"

 

"도포도?"

 

"도포는 안으로 단을 꺾어 넣고―내게는 특별히 새 옷이라고 없을 테니까. 명절이라 갑자기 가음을 마련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있대야 돈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