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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이 토를 바쳤다. 그것을 흥선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자기의 주머니를 들고 흔들어 보였다. 주머니에서 흥선의 주머니답지 않게 돈 소리가 절럭절럭 났다.
"호! 대감 주머니에 돈 있을 때도 있읍니다 그려."
"일 년에 하루 이틀쯤이야 있지. 영초의 세찬이외다. 불알 두 쪽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석파(石坡)지만, 무얼보자고 이런 걸 보내는 고마운 인생도 있거든. 그래 내 영의정을 시켜 주마 그랬구료. 하하하하!"
흥선은 유쾌한 듯이 장침을 두드리며 웃었다.
"그러면 소인도 대감께 진곡이나 좀 보낼게, 하다 못해 호판(戶曹判書) 하나라도 시켜 주십시오."
"호판은커녕 많이만 보내면 우의정 하나는 시켜 주리다."
"대감은 무엇을 하시렵니까?"
"나? 나야―대원군."
농담에서 시작하여 말이 여기까지 미칠 때에, 흥선의 얼굴에는 적적한 듯한―그러나 엄숙한 기분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