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오! 이호준, 호준, 준오, 준호… 준오가 떨어지면 호준이 길보를 가져온다.'

 

왼편 머리에 있는 첫 쪽을 먼저 죄어 보았다. 골패 쪽에 익은 흥선의 손은 그 귀사기를 만져 볼 뿐으로 그것은 백륙임을 알았다. 그는 그것을 집어치우고 왼편 아래 귀의 쪽을 집었다.

 

그것은 아삼이었다.

 

이리하여 한 쪽 한 쪽 죄어 들어갈 동안 유희적 기분으로 시작한 이 놀음이 차차 그의 마음을 긴장시키기 시작하였다. 다섯 쪽 줄고 여섯 쪽 줄고 - 이렇듯 패 쪽이 줄어 들어갈 동안, 이 변변치 않은 놀음에서 받는 기괴한 긴장 때문에 패를 죄는 그의 손끝은 조금씩 떨리기까지 하였다.

 

처음에는 스물 다섯 쪽이던 것이 열 다섯 쪽으로, 열 세 쪽으로, 열 두 쪽, 열 한 쪽으로 줄어 들어갔다. 그러나 흥선이 이미 골라 놓은 준오의 짝인 또 한 개의 준오는 나오지 않았다.

 

남은 패는 다섯 쪽이 되었다. 네 쪽이 되었다. 세 쪽이 되었다. 드디어 두 쪽까지로 줄어 들어갔다.

 

두 쪽을 남겨 두고 흥선은 담배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천천히 담배를 붙여 물었다.

 

이제 두 쪽이다. 그 두 쪽 가운데에 아래쪽이 아니면 위쪽은 무론 준오일 것이다.

 

아래쪽이라 하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그 위쪽이 준오라 하면, 아직껏 떨어져 보지 못한 패가 여기서 비로소 떨어지는 것이었다. 담배를 붙여 문 뒤에 흥선은, 마치 쥐를 잡은 고양이 모양으로 잠시 남아 있는 두 개의 골패 쪽을 굽어보고 있었다.

 

이렇게 잠시 골패 쪽을 굽어보고 있다가, 흥선은 와락 달려들어서 아래쪽을 획 집어서 윗목으로 내어던졌다. 골패 쪽이 윗목으로 날아가는 동안, 골패 쪽에 익은 흥선의 눈은 그 쪽에 아로새겨 있는 붉은 점을 보았다. 그러면 그쪽도 준오는 아니었다.

 

흥선은 한 개 남아 있는 그 쪽을 들쳐 보지 않았다. 그리고 장침에 번듯 몸을 눕히고 말았다.

 

들쳐볼 필요가 없었다. 다른 쪽이 죄다 준오가 아닌 이상에는, 남은 쪽이 준오일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흥선은 몸소 그 패떼기를 발명한 이래, 떼어보기 몇십 몇백 번 - 아직껏 한 번도 떨어져 본 일이 없던 것이 오늘 비로소 떨어진 것이었다. 길보인지 흉보인지 이제 이를 회보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에 -

 

이호준이 흥선 댁에 온 것은 그날 날이 이미 어두운 뒤였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하여 마지막에는 역정을 내어 청지기를 불러서,

 

"호준이는 둘째 두고 호준이 아비가 와도 없다고 그래라."

 

고 명령을 한 뒤에도 한참을 더 있다가야 호준이가 겨우 흥선 댁을 찾아왔다.

 

대감에게서 '호준이 아비가 와도 안 만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아침녘부터 진일을 그렇듯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을 아는지라, 청지기는 들어와서 호준이가 온 것을 알게 하고,

 

"안 계시다고 그냥 보내오리까?"

 

하고 여쭈어 보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이제는 결만 잔뜩 난 흥선은 안석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안 계시기는 왜 안 계셔? 계시지만 만나지 않는다고 나가서 그래라."

 

이것이 몸을 일으키면서 청지기에게 내린 흥선의 호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