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앞에 다가앉은 아들의 손을 아버지는 잡았다. 그리고 잠시 아들의 얼굴을 굽어보다가 그 눈을 조금 더 떨어뜨려서 자기의 손에 잡혀 있는 조그만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을 굽어볼 동안 흥선은 몸을 떨었다.

 

이 자기의 손 속에 잡혀 있는 작다란 손 - 이 손은 능히 장래 이 나라라 하는 것을 긁어잡을 손이 될 것이냐?

 

돌아보건대, 지금부터 12년 전, 헌종이 갑자기 창덕궁에서 승하하였을 때, 하마터면 자기에게 굴러왔을는지도 모르는 그 행운이, 이제 장래에 이 소년의 위에 떨어질 날이 올 것인가?

 

이 작다란 손이 대보를 잡을 날이 언제 올 것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몽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혹은- 혹은…

 

"재황아!"

 

"네?"

 

"네 이 손은 큰 손이로다."

 

소년도 얼굴에 자랑스러운 듯한 웃음을 띄웠다.

 

"차손이 손보다도 큽니다."

 

"차손이?"

 

"네, 교동 사는 - 열 다섯 살이라도 제 손보다 작아요."

 

"그렇지! 차손이 - 장손이 - 김가 이가 할 것 없이 네 손이 가장 큰 손이라."

 

그리고 자기를 쳐다보는 소년을 환희와 긴장에 찬 마음으로 굽어보았다.

 

-큰 손이다. 팔도를 잡을 손이다. 삼백 주를 흔들 손이다. 삼천리를 덮을 손이다. 이 아비를 사닥다리 삼고 기어올라가서 아비의 상투를 잡을 손이다.

 

아아, 그런 날이 장차 올 때가 있을 것인가? 온갖 것의 위에 올라설 그 날이 이제 올 것인가?

 

흥선은 소년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소년의 등을 두어번 두드려 준 뒤에 다시 제 손을 들어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새로 빗기는 하였으나 장난 때문에 거칠고 또 거칠어진 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