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저녁때에야 공의(公醫)의 진찰을 받게 되었을 때, 영신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눈은 정기 없이 뜨고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소리만 높았다 낮았다 할 뿐…

영신의 선성을 들은 공의는 원재 어머니만 남겨 놓고 방안에 그득히 찬 사람을 다 내보낸 뒤에, 거의 한 시간 동안이나 정성껏 신체의 각 부분을 진찰해 본다.

그는 환자에게서 손을 떼고 한참이나 눈을 딱 감고 앉아서 머리를 외로 꼬고 바로 꼬고 하다가, 청진기를 집어넣고는 잠자코 일어서 밖으로 나간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죠?”

원재 어머니는 조급히 물었다. 공의는 알콜 솜으로 손을 닦으며,

“대단 섭섭한 말씀이지만…”

하고 주저주저하다가,

“내 진찰이 틀리지 않는다면 며칠을 못 넘길 것 같소이다.”

하고 고개를 떨어뜨린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여러 사람의 눈은 동시에 둥그래졌다. 원재 어머니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괴었다.

“각기가 심장까지 침범한 것만 해도 위중한데, 원체 수술을 완전히 하지 못한 맹장염이 재발이 됐습니다. 염증이 대단하니 어디다가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는 걸요.”

하고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왜 좀더 일찌감치 서두르지를 못했나요?”

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알코올 솜을 튀겨 던진다.

“누가 이럴 줄 알았나요? 엊저녁까지 기동을 했었으니까… 어떻게 다시 수술이라도 해 봐 주실 수 없을까요?”

학부형 중에서 한 사람이 나서며 물었다. 공의는,

“지금은 수술도 못해요. 몸 전체가 몹시 허약하니까요.”

하고는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그래도 혹시 천행이나 바라려거든,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 보시지요.”

하고 마당으로 나간다. 원재 모자는 버선발로 쫓아 나가서 공의의 소매를 붙잡으며,

“아이구 이를 어쩌나. 참 정말 아무 도리도 없습니까? 네, 네.”

“우리 선생님을 살려줍쇼! 어떻게든지 살려주고 가세요!”하며 엎드려서, 말 반 울음 반으로 애원을 한다.

“주사나 한 대 놔 드리지요.”

공의도 한숨을 쉬며 다시 들어가 캄플 한 대를 놓고 나왔다.

의사에게 죽음의 선고를 받은 줄도 모르는 영신은 주사 기운에 조금 의식을 회복하였다.

“원재 어머니!”

손을 공중으로 내저으며 부르는 목소리는 모기 소리처럼 가늘다. 원재 어머니는 앓는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참이나 지게문 밖에 돌아서서 눈두덩을 비비다가 들어갔다.

“의사가 뭐래요?”

진찰을 받을 때는 몰랐다가 주사침이 따금하고 살을 찌를 적에야 의사가 온 줄은 알았던 모양이다.

…”


“뭐라고 그래요?”

영신은 재우쳐 묻는다.

“…”

그래도 원재 어머니는 대답이 목구멍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살지 못하겠다죠?”

영신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목젖만 껄떡거리고 섰는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수술을 하면 낫는다고…그러고 갔어요.”

그 말에 영신은 베개 너머로 머리를 떨어뜨리며,

“아이구! 또 수술…”

하고 오장이 썩는 듯한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