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득이 어미 남편 자랑하려는 차부는 이렇게 시작된다.

    "자길 언제 자겠소. 제 말마따나 복상사하고야 그 버릇 떨어지지요."

    덕근이 아내는 벌써 가슴이 화끈해난다. 눈밑에서 불이 튄다. 남편은 나이 먹을수록 외도가 더 심하다. 인제 나이 먹었으니 더 늙기 전에 하나만 더 하고… 이렇게 염량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이나 그 하나라는 것이 바뀌고 바뀌어서 끝날 날이 없다.

    덕근이 집은 선대 유산냥이나 있어서 지금도 꽤 유족한 편이다. 촌에는 열흘갈이도 넘는 과수원이 있다. 옛날, 청년들 호기 놀랍던 그 시절에는 돈 드는 일은 누구보다 첫대 그가 대맡았다. 공용으로 쓰는 돈은 물론이지만 친구들 술밑천도 어지간히 대주었다.

    그러나 그 낱용보다 남몰래 나가는 오입밑천이 훨씬 더 많았다. 가만히 따져 보면 그는 밭날가리, 논마지기를 소리 없이 져다가 숱한 계집에게 안겨 준 폭이다. 그때부터 계집이라면 오금을 못 추고 계집에게 던지는 돈은 아낄 줄을 몰랐다.

    그러나 때가 때라, 그 당시는 쥐새도 모르게 하더니만 요새는 아내 소견으로 보면 아주 놓인 말이다. 삼십 넘은 여자의 남편 욕심이 남편 오줌 누는 소리에도 깊은 의혹을 가지게 하는 것까지 회계에 넣고 보면 사실 남편의 버릇이 더해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나 타고난 이 아내의 욕심이란 한이 없다. 그의 눈과 귀와 머리는 다른 데로는 꼼짝 돌아가지 않고 목고대로 오로지 남편 행장에만 쏠리고 있다.

    남편이 아침밥만 좀 덜 떠도 흥 두 집에 신 벗고 두 벌 밥 먹을 사람 식사부터 다르군 하고, 오늘밤쯤 남편의 발이 우선 제 이불 속의 다리를 건드리려니, "아이규, 추운 데 다녔더니 발이 꽁꽁 얼었어." 이런 헛소리를 하려니 하고 있는데 점도록 소식이 없으면 이 조죽놈이 일을 치고 왔구나 하고, 감기가 들어서 구미를 잃으면 어떤 년한테 잘 먹었구나 하지 않으면 아주 곤냐꾸 다 됐구나 다 됐어 하고 바지 고춤을 잡아 흔들어 준다.

    겨울 밤 어디 갔다가 늦게 들어오면 아내는 우선 술 냄새 나는가를 맡아보고, 그 다음으로는 발로 남편의 발다리를 진맥해 본다. 그래서 술이 취하고 또 발이 차야 말이지 좀 푸근히 녹았던 기미만 뵈면 어느 년 궁둥이에 엎더졌다 왔느냐고 낭중은 너 죽고 나 죽자고 칼까지 가지고 덤빈다.

    그래서 덕근이가 아내를 광새 돋은 년이라고 욕지거리를 하면 아내는 으레 그래 내가 지금 몇 살이야, 마흔이야 쉰이야 하고 대들고 또는 반타작만 아니면사… 그래 평생 한 계집 데리구 살아 본 일 있어? 하고 설친다.

    그러면 덕근이도 악이 받치다 못해 "너 이년, 꿩 잡아서 복장, 밑구멍 다 들어내고 솔잎 처박은 걸 봤지. 네년도 아마 꿩이 되구라야 말이 없을까 부다."이렇게 악다구니를 해도 아내는 여전하다. 덕근이는 사실 인제는 실속 없이 강짜받는 통에 머리가 셀 지경이나 그래도 놀기 좋아하는 버릇 때문에 여전히 밤늦도록 떠돌아다닌다.

    "아니 그래 여태 그러오?"

    민우의 아내 말, 민우도 얌전한 체하면서도 옛날에는 헐치 않는 색씨날뤼다. 그런데 그 버릇도 그리로 갔다 온 지 후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그래 이 집 쥔은 어떻소. 예전에는 우리집 쥔과 밤낮 얼려다니지 않었소. 뒤로 호박씨 잘 깐다구들 했는데."

    덕근의 아내 말이 민우의 아내에게는 동무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 심사같이 들렸다.

    "천만에 인제는 그런 버릇 다 없어졌다우. 요전에 한번 뉘 말을 하는데 그눔 여태 계집질하구 다닌다니 쳐죽일 놈 아니냐구."

    "그래도 맘놓지 마우, 인제 돈벌이나 해보지. 말타면 견마잡이 생각 난다우."

    여기서 엽때 대기(待機)하고 있던 수득이 어미가 자기 차례라고 나선다.

    "우리 쥔은 평생 그런 법 모르지 않소. 처내없는 양귀비라도 제 계집만 못하다는구려. 그리고 술은 공짜 외에는 안 자시구, 연회 같은 데 갔다가두 슬쩍 먼저 빠져 오구 그러니 돈 쓸 데가 있소. 월급, 상여금을 타면 꼭꼭 내게 갖다 맡기지요… 참말 요전에 어떻게들 웃었는지. 숱한 돈이 모두 여자 손에서 죽는다고, 애써 벌어다 주면 모두 여자들 손에서 흩어져 나가니 대체 여자처럼 돈 많이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구."

    수득이 어미 남편 자랑 첫 대문이다.

    "나 같으면 남편이 만약 외입한다면 죽지 못 살겠소."

    수득이 어미는 제김에 목을 쩔레쩔레 흔든다.

    "외입 못 하는 사내 데리구 살 재미 있소."

    만수 어미가 위정 내부쳐 보는 말이다. 그저 못난 체 별말 없이 제 직업이나 부지런히 하고 있는 남편을 가진 그는 수득이 어미처럼 남편 자랑할 재비도, 또 덕근이 아내 본으로 남편 패담할 건지도 없다.

    그러니만치 그 어느 편에도 슬그머니 증이 났다. 남편 자랑에 아가리를 닫지 못해도 정작 알고 보면 그 남편이란 중학도 변변히 마치지 못한 뜨내기 골생원이요, 그 반대로 나무라는 남편을 알고 보면 의외로 싹싹하고 늠름하고 물리 탁 틔운 사나이가 많다.

    그러니 도대체 자랑하는 것들도 얌치 없는 계집이지만, 그렇다고 나무라고만 다니는 계집도 고얀 년들이라고 생각한다. 따져 보면 그 어느 편이고 홀쩨 남편 욕심이 육실하게 많아서 아가리를 가만두고 배기지 못하는 거라고도 생각해 본다. 또는 엉치를 분질러 계집 구실 못 하게 해야 할 따위 즌판들이라고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