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의 쪽제비, 눈이 새파래서 도망을 가겠지, 아이 그저 그놈을…."

            아내는 헐레벌떡거리며 못내 분해한다. 아내뿐이 아니다. 민우는 더 분하다. 민우는 닭을 찾으며 금시 손에 잡히기만 하면 그놈의 쪽제비를 오리가리 발겨 놓으리라 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분한지 민우 자신도 알 수 없다. 한편 또 아내의 오늘 밤 무용전(武勇傳)을 어떻게 춰주었으면 좋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닭은 어디로 갔나."

            닭은 질겁을 했는지 찍소리도 없고 어디 가 박혔는지도 얼른 알 수 없다. 아내가 전등을 밖으로 내다 건다.

            그러자 민우는 나뭇단 속에서 얼떠름해진 닭을 끄집어내 가지고 정주로 들어왔다. 바로 볏을 물려서 대골통이 왼통 피투성이다.

            "참 그 약 좀 가져오우."

            아내는 이번은 바로 그 붉은 물약을 가져왔다. 민우는 다시금 아내에게 감사했다. 그놈의 쪽제비를 놓치고 부들부들 떨던 아내가 어찌 고마운지 알 수 없다.

            "인차 알았으니 말이지… 그런데 참 그때까지 안 잤소."

            "아니 어슴푸러 잠이 들었는데 어디서 꽥 소리가 나게 뛰어나갔지요."

            "거 참 잘했소. 잠이나 깊이 들었더면 그놈이 물어 가고 말었지."

            "한동안 그런 일이 없더니, 그놈이 또 냄새를 맡구 온 모양이야요. 그게 바루 저 건넌집 쪽제비라우."

            "건넌 집?"

            그 집까지 못마땅하게 생각되었다.

            "그럼요, 그게 아주 그 집 자릿쪽제빈데 똑 남의 닭만 물어 가요. 이 동리에서 얼마나 잃었는지 알우."

            "저런, 그런 걸 그저 둬."

            민우는 손아귀에 기운이 버쩍 솟았다. 손이 떨린다.

            "그놈을 잡아 죽이지 못해. 당장 그 집 토고리라도 파헤치고 말지."

            "글쎄 저놈이 인제 닭 있는 줄 알어 놨으니깐두루 밤마다 올 텐데… 늘 꼭 같은 시각에 옵녠다."

            "가만있어, 낼은 돝을 사다가 놔야겠어. 내 꼭 잡고 말지. 이눔 밤을 새여 가면서라도 내 잡구야 말걸."

            닭은 정신이 뗑해서 세워 놔도 자꾸 모로 쓰러진다. 그리고 눈가물을 치는 꼴이 죽기가 십상이다.

            "가만둬요, 흙 냄샐 맡으면 살아납녠다."

            "옳아, 흙 냄새가 약이지."

            민우는 정히 닭을 땅바닥에 뉘고 살아나기를 기다리나 좀처럼 일어날 상싶지 않다.

            "설마 죽지야 않겠지."

            민우는 날이 밝기를 고대하였다. 밤만 얼뜬 밝으면 돝을 사다가 밤을 기다려 쪽제비를 잡고 말리라 하였다.

            ***

            아침에 민우는 닭이 눈을 뜨고 몸을 좀 가누는 것을 바라보며 어제 아침보다 매우 유쾌한 낯빛으로 집을 나섰다. 돝을 사러 나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