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베르너스가 나와 사귀는 것을 그 애 어머니가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건 그 녀석이 내게 말해준 것이다. 내가 하는 짓거리가 너무 상스러운데다, 내가 머지 않아 퇴학 처분까지 받게 되리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하인리히 베르너스에게, 난 너희 어머니 따위는 우습게 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야말로 그 지저분한 네 녀석 방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져서 듣던 중 반가운 얘기라고 대꾸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자식이 나보고 '나쁜 자식'이라고 욕을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녀석의 귓싸대기를 한 대 호되게 후려갈겼다. 그리고 녀석을 난로 쪽으로 밀어붙여 뒤로 나자빠지게 만들어 주었다. 그 바람에 하인리히는 이빨 하나가 부러지고 값비싼 바지 무릎에 구멍이 뚫렸다.

그 날 점심 시간이 지나고 학교 수위가 우리 교실로 찾아왔다. 교장 선생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교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교실 문간에서 얼굴을 찡그려 보여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내가 그랬다고 고자질하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내 복수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베르너스 그 자식은 이가 빠져 집으로 가고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했다. 녀석이 있었다면 아마 녀석은 곧장 고자질을 했을 것이다.

나는 곧장 교장실로 갔다. 교장 선생은 초록빛 눈으로 나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이 말썽꾸러기 녀석아, 네 놈이 또 걸려 들었구나!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네 놈의 꼴을 보지 않게 된다는 말이냐?"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구역질 나는 위인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된다면 뛸듯이 기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교장이 날 보자고 한 것이지, 내가 그를 보자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도대체 네 녀석은 장차 뭐가 되려고 그 꼬락서니냐, 이 개망나니야! 그러고도 너는 라틴어 학교 과정을 제대로 끝마칠 수 있을 줄 알어?"

나는 끝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장은 소리소리 지르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도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밖에 서 있던 수위 아저씨까지 그 소리를 다 듣고 나중에 흉내를 낼 정도였다.

교장은 나에겐 범죄 습성이 있으며, 위험 인물이라고 떠들어댔다. 나는 앞으로 기껏 공장 노동자나 해 먹을 녀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옛날부터 밑바닥에서 굴러먹는 놈들은 모두 다 하는 짓거리가 나와 똑 같았다고 말했다.

"아까 베르너스 참사관께서 학교에 오셨다. 그래서 네가 폭력을 휘두른 그 분 아드님의 그 끔찍한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 주고 가셨단 말이다, 이 자식아!"

이렇게 고함을 지르더니 교장은 나에게 폭행에 대한 벌로 6시간의 구류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그 참사관 나리로부터 계산서를 받아, 바지 값으로 무려 18마르크나 지불해야 했다.

어머니는 이 일 때문에 몹시 울었다.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집에 돈도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어머니가 운 것은 내가 여전히 몹쓸 짓만 하고 다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슬퍼하는 걸 보고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래서 하인리히 베르너스네 집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참사관은 새 바지를 사 내라고 돈을 받아갔으면서도 그 찢어진 바지를 우리에게 주지는 않았다. 이런 작자들이 하는 짓거리는 어쩌면 그리도 한결같은지...

다음 주일날, 나는 예배가 끝나는 그 즉시 교장네 집으로 붙들려갔다. 이거야말로 정말 쓸모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방 안에는 교장 선생의 아들 녀석 둘이 있었다. 한 녀석은 번역 숙제를 하는 모양이었다. 책상 위에는 녀석이 참고로 삼을 두꺼운 책이 몇 권 놓여 있었다. 녀석은 제 아버지가 들어올 때마다 책장을 잽싸게 뒤적거리며,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어댔다. 마치 공부에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수작이다.

"얘야, 지금 무슨 단어를 찾고 있니?"

교장이 이렇게 물어 보았다.

녀석은 마침 입에다 빵을 한 입 물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재주도 좋게 그 빵을 금방 삼켜버린 모양이다. 녀석은 지금 그리스 어 단어를 좀 찾고 있는데, 잘 찾을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녀석은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서 씹어먹느라고 바빴기 때문에 무얼 찾아보고 말고 할 여지가 없었다. 그건 내가 쭉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장은 녀석을 칭찬하면서, 하나님은 애써 땀 흘리는 것을 재능보다 높게 보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격언까지 곁들였다. 그리고 나서 교장은 다른 아들에게 갔다. 그 녀석은 이젤을 앞에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은 거의 다 완성되는 단계였다.

그것은 호수 위에 많은 배가 떠 있는 풍경화였다. 교장 부인도 들어와서 함께 그림을 감상했다. 그래서 교장은 기분이 한껏 느긋한 모양이었다. 그는 그 그림이 아들의 학교 졸업식 때 진열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감상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아름다운 예술이 널리 장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교장 부부와 아들 둘은 나가 버렸다.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작자들은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놓고는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주머니 속에 살라미 소시지를 한 개 준비해 왔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 비쩍 마른 교장의 아들놈들이 먹을 것이 푸짐한 식탁 앞에 느긋이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