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인베르거 씨, 당신이 우리 형님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눈은 못 속여요. 판사님이 아무리 그런 소리를 해도,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판사님 이마에 다 씌어 있어요. 술 퍼 마시고 나쁜 짓 안 한 사람이 그렇게 머리가 벗겨졌을 리 있나요. 판사님의 머리를 보니 어지간히 마시고 놀았겠소."

"어머나, 고모!"

안나는 비명을 질렀다. 어머니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요, 프리다!"

그러나 프리다 고모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왜들 그래요? 농담 한 번 한 걸 가지고. 그리고 또 술 마시고 바람 피우기 좋아하면 머리털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나는 시타인베르거가 골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껄걸 웃으면서, 자기는 그렇지 않아도 그런 의심을 자주 받는데, 머리가 빠진 것은 학생 때 장티푸스를 앓아서 그렇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가 봐야겠다면서 일어났다. 그는 우리 어머니 손에 키스를 했고, 프리다 고모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현관까지 나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도 힘들겠다. 손님이 저 정도면 얌전하게 참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안 그러냐, 이 사고뭉치야?"

안나는 그를 현관 밖까지 배웅했다. 나는 먼저 거실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프리다 고모를 나무라고 있었다.

"프리다 고모, 고모는 너무했어요. 그 사람이 화가 나서 가 버린 거라면 나는 이제 고모하고는 영영 잘 지낼 수 없어요."

그 때 안나가 들어오더니 소파 위에 쓰러져 엉엉 울었다. 그리고 시타인베르거가 이제 다시는 우리 집에 커피 마시러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오늘은 평소 때보다 일찍 서둘러 가 버린 것을 보면 자기는 잘 안다고 했다.

프리다 고모는 자기 손으로 커피를 한 잔 더 가득 따르더니, 자기는 이렇게 신경이 약한 가정을 아직 본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고모의 그 질긴 신경을 따끔하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나는 방으로 가서 화약을 꺼냈다. 나는 심지도 가지고 있었다. 숲 속에서 불개미 집을 터뜨려 공중에 날릴 때가 가끔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화약을 종이로 말고, 그 속에 심지를 끼워 넣었다. 그러고 나서 프리다 고모의 방에 들어가 새장 안에다 그걸 집어 넣었다. 심지는 너무 길어서 새장 밖으로 늘어졌다. 적어도 5분 동안은 탈 것 같았다. 내가 화약을 장치하는 동안 앵무새는 새장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주둥이를 딱 벌리고 고양이처럼 헉헉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복도로 나가서 누가 오지 않나 귀를 기울였다. 아무 기척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성냥불을 당겨 심지에다 갖다 댔다. 심지에 즉시 불이 붙어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앵무새는 이제 횃대 위에 내려와 있었다. 놈은 고개를 삐딱하게 돌린 채 나를 주의해서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지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자 높은 곳으로 가서 머리를 새장 밖으로 내밀고, 연기를 내려다보았다. 앵무새란 놈도 오래지 않아서 연기가 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얼른 방에서 나왔다.

나는 거실로 가만히 들어갔다. 안나는 아직 울고 있었고, 어머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였다. 프리다 고모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잠시 나갔다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고모는 그 때 무슨 말을 하다가 중단했는지, 그 말을 다시 잇고 있었다.

"이 집에서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다 누구 탓이겠어요? 오라버니 탓이라구요. 공부한다고 돈을 다 써 버리고 나서는, 누이동생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은 게 우리 오빠에요. 그래서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이 집에서 천대나 받게 된 거구요."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가 고모 때문에 이만저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모는 입버릇이 고약해서 아무 데나 가서 있을 수 없는 여자라고 가끔 한탄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더니 프리다 고모는 커피 스푼을 식탁 위에 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어떻게 생겨먹었건, 자기 동생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야비하기 짝이 없으며, 염치 없는 사람이라고 거품을 물었다.

"처음에는 돈을 다 써 버리고, 그래서 좋은 자리에 시집도 못 가게 해 놓더니, 나중에는 내가 어떻다고? 그런 소리를 하면서도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바로 그 때였다. 무언가 둔하게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퍽, 퍼퍽, 퍼퍼퍽...'

그때 테레즈 할멈이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왔다. 그리고 열린 방문으로 화약 냄새가 지독하게 풍겼다. 복도를 내다보니 연기가 가득했다. 내가 프리다 고모의 방문 닫는 것을 잊은 탓이었다. 테레즈 할멈은 뭔가 폭발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불이 난 모양이라고 했다.

"어디요, 어디에 불이 났어요?"

울고 있던 안나도 후닥닥 뛰어 일어났고, 식구들은 모두 복도로 뛰쳐나갔다.

"어머나 이걸 어쩌나! 소화기, 소화기는 어디 있니, 애들아!"

그러나 나는 연기가 프리다 고모의 방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프리다 고모는 그것을 보더니 창에라도 찔린 듯 비명을 지르면서 그 방으로 뛰어들었다.

"아이구머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어머니는 이렇게 외치면서 자리에 주저앉으려 했다. 나는 어머니를 얼른 부축했다. 안나가 프리다 고모의 뒤를 따라 그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안나는 곧 다시 달려 나오면서 소리 질렀다.

"엄마, 안심하세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다친 건 앵무새 뿐이야!"

그러자 프리다 고모가 달려 나오며 고함을 질렀다.

"아니, 뭐라고? 앵무새 뿐이라고? 이 못돼 먹은 것들아, 이 망할 것들아!"

"엄마를 안심시켜 드리려고 불이 난 게 아니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안나가 대답했다.

"듣기 싫다! 그래, 어린 짐승이 거의 불고기가 다 돼서 새장에 자빠져 있는데 앵무새 뿐이라고? 이 돼먹지 못한 것아!"

그러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소리쳤다.

"좀 조용히 해요. 대단치도 않은 일인데 뭘 그래요?"

"오호라, 이젠 식구들이 한데 똘똘 뭉쳐 덤빌 셈이네?"

프리다 고모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달려 오더니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네 놈이 앵무새를 죽였어, 이 망나니 같은 놈아!"

"그 아이보고 욕하지 말아요.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 애는 방안에 같이 있었잖아요."

어머니도 소리쳤다. 나도 버텼다.

"고모님이 언제나 저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데는 저도 만성이 되었어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무 말 않겠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 아무 것도 모릅니다."

"네가 왜 몰라, 네가 했으면서! 너 아니면 누가 했단 말이냐? 나는 너희 어머니가 무릎 꿇고 빈다 해도 널 용서 못해!"

고모는 빽빽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가 대꾸했다.

"아이고, 난 고모에게 떠들지 말라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빌지 않아요.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말아요."

우리는 프리다 고모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제 연기는 창문으로 다 나가 버렸다. 그러나 아직 화약 냄새와 새털 탄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앵무새는 새장 밑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새는 이제 더 이상 파랗고 빨갛지 않았다. 온 몸이 시커멀 뿐이었다. 꼬리 깃털이며 날개 깃털이 모두 불에 그슬리고 타서 엉클어지고 흐트러져 있었다. 머리는 새까맸다. 눈은 부엉이 눈처럼 쾡했다. 그런 모양새로 그 놈은 얼이 빠진 듯, 나를 멀거니 내다보고 있었다. 얼이 빠질 만도 했으리라.

"새는 아직 살아 있구려. 살아 있으니 곧 건강해지겠지요."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고모는 여전히 고함을 질렀다.

"이 놈의 집, 이 더러운 놈의 집에는 단 하루도 어린 새를 놓아두지 않을 테야. 오늘 중으로 떠나고 말겠어."

프리다 고모는 사실 그 날로 떠나갔다. 그러나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고모를 진정으로 붙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