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장의 큰 아들 녀석이 그림을 들고 나가 옆방 창문 쪽에 세워 두고 나가는 것을 자세히 보아 두었다. 그리고 모두 다 방에서 나가 버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가지고 왔던 <검은 아파치 이리의 이야기>라는 소년 소설을 계속해서 읽었다.
4시가 되어서야 나는 학교 수위에 의해 석방될 수 있었다.
"허, 이번에는 네가 그 안에서 꼼짝 않고 용케도 견뎌냈구나!"
수위는 감탄한 모양이었다.
"이쯤이야 뭐 보통이죠."
나는 그렇게 대꾸해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답답했다. 결코 보통 견딜 만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월요일 오후. 교장 선생이 얼굴이 시뻘개져서 우리 교실로 쳐들어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토마 그 놈 어디 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이 또 터진 것이었다. 그는 내가 우리 학교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내가 한 일이 유명해지기 위해 다이아나 신전에 화재를 일으킨 그 범죄 행위와 맞먹는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을 뉘우치고 모든 것을 고백해야 그나마 죄가 가벼워질 수 있다고 떠들어댔다.
그는 지껄이면서 윗입술을 잔뜩 치켜 올려 보기 흉하게 생긴 이빨이 다 드러나 보였다. 입에서는 침이 거칠게 튀어 나왔다. 그러고는 눈알을 이리저리 사납게 굴려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딱 부러지게 말해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잘못을 저지른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자 그는 나를 보고 하나님도 화를 내실 흉악한 거짓말쟁이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나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대꾸해 주었다.
"도대체 전 지금 무슨 영문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학급 전체에 대고 누가 나의 말에 반대 증언을 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무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자 교장 선생은 스스로 우리 담임 선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자세히 밝혔다. 그의 집 거실 옆 방 유리창이 돌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것을 아침에 발견했다는 것이다. 범행에 사용된 커다란 돌이 마룻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그 돌은 그의 아들이 그린 그림을 맞혀 구멍을 뚫었다는 것이다. 그림은 완전히 망가져 마룻바닥에 뒹굴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담임 선생은 괜히 겁을 집어먹고 머리칼이며 수염을 바싹 곤두세웠다. 그리고 나한테 달려오더니 마구 다그쳤다.
"바른대로 말해, 이 흉악한 놈아! 바로 네 놈이 그런 비열한 짓을 했겠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건이 생기면 무엇이든지 꼭 내가 했다고 다들 말하는 것은 정말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장이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좋다, 이 놈아! 네 놈이 그렇게까지 나오면 기어코 그 몇 배의 보답을 받도록 해주마! 증거만 찾아내면 널 그냥 두지 않겠어! 기어코 밝혀내고야 말겠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나가 버렸다. 한 시간 후에 수위가 나를 교장한테 데리고 갔다. 그 자리에는 종교 선생 팔켄베르크도 벌써 와 있었고 교장도 있었다. 문제의 그 그림이 의자 위에 놓여 있었고, 옆에는 돌멩이도 놓여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보자기로 덮인 자그마한 탁자가 하나 있었다. 그 위에는 촛대 두 개에 불을 밝혀 놓았고, 가운데에 십자가 상이 놓여 있었다.
종교 선생 팔켄베르크는 손을 내 머리 위에 얹었다. 그는 평소 나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굴었다.
"눈이 어두워진 이 가련한 아이야. 이제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고백해라. 그러면 너에게도 이롭고 네 양심도 가벼워질 것이다."
교장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렇지. 그리고 네 입장도 훨씬 더 좋아지겠지."
"하지만 저는 전혀 그런 짓을 하지 않은 걸 어떡하란 말씀입니까. 전 정말 그 유리창에 돌멩이를 던진 적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나오자 종교 선생 '어린 양'은 몹시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교장 선생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이제 곧 모든 게 밝혀질 겁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틀림이 없거든요."
그는 나를 탁자의 촛불 앞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목소리를 엄숙하게 짜내어 말했다.
"이제 너에게 성상 앞의 타오르는 촛불 앞에서 묻겠다. 너는 교리강론을 배운 적이 있지? 그러니 거짓으로 맹세했을 경우의 무서운 결과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묻노니, 너는 창문에 돌을 던졌느뇨, 아니 던졌느뇨?"
"저는 결코 창문에 돌멩이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팔켄베르크는 계속했다.
"모든 성자의 이름에 맹세코 네, 아니오로 대답하라!"
"아닙니다!"
그러자 종교 선생 팔켄베르크는 어깨를 흠칫 추켜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아닌 모양입니다. 겉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교장은 나를 별 볼일 없이 내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짓말을 해서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은 것이 무척 유쾌했다. 그 창문에 돌멩이질은 한 것은 역시 나의 행동이었다. 바로 어제 일요일 밤에... 나는 그 그림이 그 창문 뒤에 놓여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걸 고백해서 내 입장이 나아지기는 뭐가 나아진다는 말이냐? 기껏해야 퇴학이나 당하겠지. 교장은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부렸지만, 나는 그렇게 멍청한 녀석이 아니다.
악동 일기 (2) - 거짓 맹세(2)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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