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젬멜마이어 대위와 그의 부인이 불량 소년을 옳은 길로 인도하고 좋은 학생으로 만든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는 장교였고, 그의 부인은 보모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끌려가게 되었다. 사실 우리 어머니는 원래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계시이며 나를 올바른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젬멜마이어 대위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직접 물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를 그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시내에 있는 건물 5층에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층계를 오르면서 숨이 가빠 중간중간 멈추어 서서 숨을 헐떡이며 심호흡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나를 데리고 이렇게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줄을 생각도 해 보지 못했다고 얘기하셨다.

우리는 5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초인종을 눌렀다. 하녀가 문을 열더니 마치 경찰관이 누군가 잡아 오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녀는 우리들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조금 있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고 한 남자와 부인이 들어왔다. 그 남자는 키가 크고, 허리 둘레가 커다랗고 수염은 배 위에까지 늘어져 있었다. 말할 때면 동그란 두 눈이 괴상하게 번쩍거렸다. 슬픈 이야기를 할 때면 그는 눈꺼풀을 내리 깔았다.

그는 아주 천천히 말을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것은 말이 콧구멍을 통해서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코는 유달리 컸다. 그는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부인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부인은 아주 조그맣고 비쩍 마른 여자였다. 코가 노랗고 눈을 아주 재빨리 굴렸다. 말을 할 때에는 입을 조금만 열고, 마치 휘파람을 불 때 같은 시늉을 하면서 말을 했다.

그 남자는 우리 어머니에게 말했다.

"산림 감독원 토마 씨 부인이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진정으로 영광입니다."

그러자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얘기했다.

"고맙습니다. 대위님의 교육 방법이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오기 전에 이미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만..."

그 남자는 잘 안다고 말하면서, 자기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려 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제 이 소년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꼭 그렇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발 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남자는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말했다. 또 그 부인은 이제까지 자기들이 150명이나 되는 소년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이런 말도 했다.

"희망이 전혀 없었던 소년이 훌륭한 사람으로 변한 경우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판사나 장교 또는 대학생이 된 사람들도 많지요."

그 때 그 남자가 이렇게 말을 받았다.

"그 사람들이 마음을 바로잡고 나면 저에 대해서 무척 열광적으로 되어 버립니다. 그건 참 이상한 노릇이지요. 어저께도 중위 한 사람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그는 지금 기마병 부대에 근무하고 있지요. 그렇게 된 것이 모두 저의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이렇게 얘기했다.

"너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여라. 그리고 마음 속으로 언젠가는 다시 대위님을 찾아와서 감사 인사를 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있으려무나."

그 남자는 자신에 찬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도 언젠가 꼭 다시 옵니다. 언제 쯤일지, 한 번은 필경 우리 집 현관 문이 열리고 훌륭한 장교가 들어와서 '제가 바로 루드비히 토마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이 늙은 젬멜마이어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할 겁니다.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좀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는 또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장교이셨지요? 그래서 당신의 말을 더욱 믿게 됩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수염을 손으로 붙잡더니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가슴에 단 훈장이 보였다. 그는 그 훈장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훈장을 국왕 폐하로부터 직접 받았습니다. 바로 도나우 강 근처의 뵈르트 전투에서 공을 세워 얻은 것입니다."

그는 다시 수염을 내려뜨리더니 말했다.

"벤트하임 백작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 이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그의 말로는 그 백작도 자기가 바로잡아준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말했다.

"대위님께서 이렇게 여러 가지로 저에게 희망을 북돋워 주셔서 저의 마음이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다시 눈꺼풀을 내리깔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이 아이를 저의 아들처럼 여기고 교육하겠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또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

"언젠가 이 소년이 이 늙은 젬멜마이어를 다시 찾아오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나가 버렸다. 어머니는 그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제야 올바른 곳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좋은 본보기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서로 신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저 아이를 돌볼 때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떠한 점인지 부인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 아이는 마음씨는 좋아요. 그런데 좀 껄렁껄렁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오히려 항상 딴 짓만 하려고 해서 골치에요. 언제나 좋은 계획을 세우기만 하고 실행은 전혀 하질 않아요."

그 부인이 말했다.

"그런 것은 다만 성격의 결함에 불과할 뿐입니다. 저의 남편이 그런 건 충분히 교정할 수 있습니다."

자기 남편은 강철 같은 의무감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이 가르치는 소년들의 마음 속에도 그러한 의무감을 불어 넣어 준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이는 무척 고집이 세답니다. 엄격하게만 대하는 것보다는 온정으로 대해 주는 게 훨씬 더 좋은 효과를 얻을 것 같습니다."

그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의 남편은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습니다. 제 남편은 아주 마음씨가 고와서 어린 아이들이 저절로 아주 유순해진답니다. 모두들 자기 아버지로 삼고 싶다고 말할 정도이지요."

어머니는 그 부인과 악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인께서도 우리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부인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꺼이..." 하면서 내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차디차고 축축해서 기분이 나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