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막스는 가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돌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젬멜마이어 집에 감자가 있을 때에는 그것도 이용했다. 우리들은 감자를 호주머니에 몰래 집어 넣고, 학교 가는 길에 그것을 자동차에 던지거나 어깨로 짐을 운반하는 일꾼들에게도 던졌다. 그러면 감자가 부서지고 사람들은 화가 나서 날뛴다.

그들은 감자가 날아왔는지를 모른다. 알아차렸다 해도 그 때쯤이면 우리는 벌써 멀리 달아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스가 내게 달걀을 사자고 했다. 내게 어머니가 보내주신 돈이 있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달걀을 던지면 껍질이 깨지면서 노른자위가 흘러 떨어지므로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돌아올 때 언제나 달걀을 샀다. 우리들은 유리창에 달걀을 던지면 제대로 맞아도 유리창이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걀이 깨져 유리창에 노랗게 묻은 것을 보면 보던 사람들이 다들 웃어댔다. 건물 위층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욕을 했다.

자동차 뒤에다 달걀을 던지면 운전수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자기 차를 보고 자꾸 웃어대면 그제서야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차에 달걀이 흘러내린 것을 보게 된다.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그 사람도 내려서 그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러나 어깨에 짐을 메고 가는 사람에게 맞추면 소리를 금방 알아 듣고 걸음을 멈춘다. 짐꾼은 짐짝을 내려놓고 지독하게 욕을 퍼부어 댄다.

달걀을 던지는 것은 아주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우리는 붙잡히고 말았다. 사실은 우리가 붙잡혔다기 보다 알폰스 자식이 고자질을 한 것이다. 우리들은 학교가 끝나고 신문 매점에 가서 신문을 사 와야 했다. 그것은 젬멜마이어가 시킨 심부름이었다. 그때 매점에는 주인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자는 아이들에게 아주 불친절했다.

누가 문을 조금만 세게 두드려도 그는 버릇없는 놈이라는 둥, 개망나니라는 둥, 빌어먹을 자식이라는 둥 욕을 했다. 그것이야말로 야비한 짓이었다. 매점에는 문이 뒤에 있어서 그는 금방 달려 나오기가 힘들었다.

나는 그 때 그 자를 약 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라서 막스보고 그 생각을 얘기했다. 우리들은 매점으로 다가갔다. 나는 손에 달걀을 쥐고 뒷문 옆에 가서 섰다. 막스는 신문을 달라고 하려는 것처럼 매점 앞으로 갔다. 막스는 주먹으로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러자 그 자가 화가 나서 창문을 열었다. 그 때 막스가 침을 뱉어 그 남자 얼굴이 침으로 범벅을 만들어 버렸다. 주인 남자는 재빨리 일어나서 막스를 붙잡으려고 뒷문으로 나왔다. 그 때 기다리고 있던 내가 달걀을 그의 얼굴에 던져 터뜨렸다.

그는 달걀에 얻어맞고서 나를 붙잡으러 따라올 것인지 막스를 붙잡으러 쫓아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을 정했을 때는 우리들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우리들은 계속 더 멀리 달아났다. 그리고 나서 신문은 다른 곳에 가서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사 후에 막스는 잠을 자러 갔다. 나도 침대에 누웠다. 알폰스는 방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젬멜마이어와 그의 마누라가 들어왔다. 그때 나는 아직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자는 체하고 있었다. 젬멜마이어가 촛불로 내 얼굴을 비춰도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불을 비춰보더니 중얼거렸다.

"이런 개망나니 같은 자식!"

그러더니 그는 돌아서서 그냥 나갔다. 문턱에 서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저 자식은 정말 가련한 놈이로군."

그의 마누라도 말했다.

"저 자식은 우리 달걀을 훔쳐간 거야. 나는 알 수 있어. 달걀이 왜 그 동안 없어졌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들은 나를 자기네 방으로 불렀다. 젬멜마이어는 나더러 모든 것을 고백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동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사실대로 고백하라고 다그쳤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고백하란 말입니까?"

그 마누라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고함을 질렀다.

"이 거짓말쟁이 자식아!"

그러자 젬멜마이어가 소리쳤다.

"너 도대체 달걀을 얼마나 훔쳤느냐?"

내가 다시 물었다.

"어디에 있는 달걀 말입니까?"

그 때 그 마누라가 또다시 고함을 쳤다.

"부엌 바구니 안에 들어 있었던 그 달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달걀을 하나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저더러 무얼 훔쳤다고 말하면 저도 참을 수 없습니다."

그 때 젬멜마이어가 떠들었다.

"그럼 도대체 달걀이 어디서 나서 신문 장수에게 던졌단 말이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신문 장수라니요? 저는 그런 사람은 알지도 못합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해놓아야겠다면서 수첩을 가지고 와서 뭔가 적더니 소리를 내어 읽었다.

'그는 신문 장수를 모른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나에게 물었다.

"그럼 어느 닭장에서 집어온 거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결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내 말을 또다시 적어넣더니 이제는 증인을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그 때 그 마누라가 소리를 질렀다.

"알폰스!"

그러자 알폰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젬멜마이어가 알폰스에게 말했다.

"너는 거짓말이라곤 하지 않는 진짜 도이칠란트 소년이다. 그러니까 네가 본 대로 솔직히 말해 봐라."

알폰스는 마룻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나와 막스가 그 신문 장수 집에 가 있었다는 것, 나는 뒤에 있었고 막스는 앞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남자가 나오자 내가 갑자기 달걀을 던졌다는 것 따위를 이야기했다. 젬멜마이어는 연필을 혓바닥에 대고 침을 묻히더니, 증인도 거짓말을 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 사람에게 달걀을 던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달걀은 제 돈으로 산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저에게 3마르크를 보내주셔서 그 돈으로 산 것입니다."

젬멜마이어는 '하하!' 큰 소리로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절반은 알아냈다."

나는 막스도 같이 있었으니까 내가 달걀을 산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마누라가 가서 막스를 데리고 왔다. 젬멜마이어가 막스에게 말했다.

"막스, 너는 장교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면 총살을 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게다. 달걀을 던진 것에 대해 아는 대로 다 말해라."

막스는 즉시 알폰스가 우리를 고자질했다는 것을 알아차폈다. 그래서 자기 역시 달걀을 던진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젬멜마이어는 그 말을 받아쓰더니 달걀을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었다. 막스가 대답했다.

"그 달걀은 우유 가게에서 산 것입니다."

나는 막스에게 말했다.

"젬멜마이어 씨는 내가 그 달걀을 훔쳤다는 거야."

그러자 막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둘이 함께 달걀을 샀습니다."

그러자 그 마누라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이 우리 집 달걀을 30개나 훔쳐간 것을 내가 다 알고 있다."

그러자 젬멜마이어가 나서서 말했다.

"판결은 내가 내릴 테니까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그러면서 다시 수첩에다 뭐라고 적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동안 적은 것을 소리를 내어 읽었다. 즉 그는 우리들을 다시 한 번 용서해주며 학교에도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막스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고, 막스는 전쟁터의 이슬로 사라진 장교의 아들이므로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달걀 30개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자세히 써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젬멜마이어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을 좀더 엄격하게 다루고 무섭게 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젬멜마이어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나는 전사한 옛 전우를 생각해서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그 방에서 쫓겨 나왔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억울하게 그 달걀 30개의 값을 지불할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울었다. 나는 알폰스란 놈을 내가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때리지 못할 때까지 죽도록 두들겨 패 주어야겠다고 막스에게 말했다.

막스가 나를 말리면서 말했다.

"그러면 그 자식은 또 학교에 가서 우리들을 고자질할 테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돼."

우리들은 불꽃 폭약을 샀다. 밤중에 그것을 젬멜마이어 방 안으로 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만약 로켓이 방 안에서 빙빙 돌면서 나오지 않고, 마치 적이 쏘는 것같이 불꽃을 뿜어대면 참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젬멜마이어 그 작자가 정말 자신의 말처럼 진짜 얼마나 용감한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