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우리 어머니는 퇴역 소령인 프란쯔 아저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는 아저씨가 나를 맡아 틀림없이 훌륭한 인물이 되게 공부를 시킬 생각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는 이 편지를 보고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그 편지에는 매달 80마르크의 경비가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저씨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누가 뭐래도 재수 없게 걸린 일이었다.
아저씨는 5층에 살았고, 주위는 모두 높은 집들뿐이었다. 뜰 하나 제대로 가진 집이 없었다. 어쨌든 나는 마음대로 놀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마땅히 같이 놀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 집에는 프란쯔 아저씨와 안나 아주머니 둘뿐이었다. 둘이서 온종일 집 안을 돌아보며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지나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 일이었다. 게다가 아저씨는 또 여간 엄하게 굴지 않았다. 나만 보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입버릇처럼 이렇게 뇌까리는 것이었다.
"두고 봐라, 이 망나니 녀석아. 이제 단단히 버릇을 고쳐놓고야 말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고 길거리에 침을 뱉는 장난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명중시키지 못하면 길바닥에 침 떨어지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다행히 명중을 하면 그 행인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펄펄 뛰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악을 쓰고 욕지거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킬킬거리며 심심한 것을 달랠 수가 있었지만, 그 외엔 아무 재미도 없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나 때문에 학급 성적이 떨어진다며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내가 교장 부인의 내실 변기에 카바이드를 처넣어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한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오래 전의 일인데 그렇게까지 나올 건 또 뭐란 말인가. 그런데 프란쯔 아저씨는 내 담임 선생과 잘 아는 사이어서 종종 찾아가 만나곤 했다.
둘이 만나면 어떻게든 내 약점을 잡아 나를 옭아맬 궁리를 하는 것이 일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금방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해야 했다. 아저씨는 나하고 마주치기만 하면 노려보면서 이렇게 떠들어대곤 했다.
"요 못된 녀석아! 또 무슨 못된 짓을 할 속셈이냐? 요 망나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 이제 곧 경을 치게 만들어주고 말 테다!"
어느 날인가, 나는 산수 숙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어머니한테 내 공부를 봐 주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고, 또 아주머니까지도 아저씨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자랑하던 일이 생각나기도 해서 나는 아저씨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도움을 청했더니 아저씨는 쭉 한 번 훑어보고 나서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망나니 녀석 같으니라구. 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세상에 도대체 이보다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그는 책상 앞에 앉아 그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금방 풀리지 않았다. 그는 오후 내내 그것과 씨름을 했다.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아저씨는 내게 지독하게 욕을 해대며 핏대를 세우는 것이었다. 겨우 저녁 식사 직전에야 그는 나에게 숙제를 가지고 와 돌려주면서 으스댔다.
"자, 이젠 베끼기만 하면 된다. 뭐 이 따위 푸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만, 뭐 좀 다른 일을 해야 할 게 있어서 이렇게 늦은 거야. 알겠니, 이 돌대가리야."
나는 그것을 그대로 베껴서 담임 선생한테 제출했다. 그리고 목요일에 숙제장을 돌려받았다. 나는 이번에는 최고 점수를 받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정작 나온 성적은 최하점이었다. 종이 전체가 빨갛게 고쳐져 있는데다, 나는 선생한테 이런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따위로 엉터리 계산을 하는 놈은 세상에서 첫째 가는 바보 천치놈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건 제가 푼 게 아니에요. 이건 우리 아저씨가 풀어주신 거니까요. 전 아저씨가 계산해서 풀어 준 걸 그대로 베껴왔을 뿐이에요."
반 아이들은 모두 다 웃었지만, 담임 선생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소리쳤다.
"네 놈은 비열한 거짓말쟁이야. 나중에 형무소에서 죽어 자빠질 놈이야!"
담임 선생은 그리고 2시간이나 나만 따로 남겨서 벌을 세웠다. 집에서는 아저씨가 신이 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늦는 건 학교에서 벌을 서기 때문이라는 건 뻔한 일이다. 그래서 나를 괴롭힐 꼬투리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모든 일을 마구 떠들어댔다. 내가 늦게 돌아온 것은 아저씨 때문이라는 것, 그가 계산을 엉망으로 해 줬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엉터리 계산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 천치가 아니면 안 할 거라고 선생이 그랬다는 사실 등을 모두 말해버렸다.
그러자 그는 나를 정말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그렇게 세게 얻어맞은 적은 아직 없었다. 그는 그러고는 휙 나가 버렸다. 나중에 내 친구 하인리히 그라이터에게 들었더니 그는 곧바로 우리 담임 선생을 찾아가 만난 모양이다. 둘이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몇 번씩 멈춰 서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속삭였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하인리히가 마침 보게 된 것이다.
이튿날, 선생은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네 계산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봤다. 그건 제대로 맞히기는 했는데 좀 옛날 방법으로 푼 거야. 요즘은 그런 방법을 안 쓰지. 그리고 네가 벌 받은 건 전혀 억울할 게 없어. 넌 언제나 벌 받을 짓을 하고 다니니까 말이야. 또 베껴 쓸 때도 네는 잘못 베꼈고, 그래서 틀렸던 말이야."
그러나 그것은 그 둘이 짜고서 하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너희 선생하고 만나서 얘길 나눠 봤는데, 그 계산은 제대로 맞은 거야. 네가 베낄 때 주의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어 버렸던 것이지, 이 망나니 녀석아."
나는 틀림없이 주의해서 베꼈다. 그가 틀렸고, 잘못은 거기에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다. 아저씨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나의 공부를 어떻게 돌봐 주기는 이미 틀려 버렸다는 얘기였다고 한다. 나는 아주 간단한 계산을 베끼는 것조차 못하는 놈이어서 덕분에 자기가 곤란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썼다는 것이다.
이 작자, 이거 얼마나 비겁한 짓이란 말인가.
악동 일기 (2) - 프란쯔 아저씨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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