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라틴어 학교의 종교 선생 이름은 팔켄베르크이다. 작은 키에 엄청나게 뚱뚱한 몸매, 그리고 금테 안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 금테 안경만 보일 뿐, 눈은 보이지 않는다. 눈이 아주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보고 놀라는 것은, 뚱뚱한 몸매나 작은 눈 때문이 아니다. 우리들이 놀라는 것은 그의 목소리 때문이다. 여자보다도 더 여자 같은 목소리, 그것은 차라리 유치원에 다니는 계집아이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남자가, 그것도 그렇게 괴물같이 뚱뚱하고, 볼품없이 생긴 그 모습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다니, 그것은 신기하다기보다 소름 끼치는 일이다. 생각이 제대로 박힌 아이 치고 팔켄베르크를 좋아하는 학생은 하나도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아주 싫어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성경에 관한 이야기나 성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입을 뼈족하게 내민다. 그리고 그나마 작은 눈을 아예 감아 버리거나 해서, 그 모습이 아주 없어져버리곤 한다. 손은 거대한 배 앞에 얌전히 모으고 있다. 그는 우리를 부를 때, 그 아이 같은 목소리로 언제나 '나의 어린 양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도 그를 덩달아 '어린 양'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조금도 어린 양답지 않다. 누굴 봐 주는 법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다. 그가 만약 판사가 되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법을 어긴 사람은 모두 극형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교수형이나 매질 같은 시원시원한 것이 아니라, 바늘로 콕콕 찌르거나, 꼬집는 따위 째째한 형벌을 내렸을 것 같다.

이 선생은 자기 시간에 누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면 고양이처럼 눈을 새파랗게 만들어서 달려든다. 그리고 우리 담임 선생보다도 더 오래 벌을 세우곤 했다. 웬만한 선생이라면 자기가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에게나 엄하지, 다른 반 아이들한테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 '어린 양'은 그렇지 않다.

우리 담임 선생은 지독하게 욕을 많이 한다. 걸핏하면 우리더러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욕하곤 했다. 나보고도 그랬다. 언제든 한 번 내 대가리로 벽에 큼직한 구멍을 뚫어놓고 말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내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와 같은 시골 출신으로, 아버지와 같이 사냥도 여러 번 같이 다녔다고 한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그가 나를 잘 봐주고, 웬만한 일이면 그저 모르는 체 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생김새나 체구로 보아 우리 학교에서 제일 사나운 선생이 바로 우리 담임이다.

언젠가 한 번은 메르켈이 코피가 터져 가지고 그걸 닦지도 않은 채, 내가 저를 때려서 그렇게 되었다고 고자질을 했다. 담임 선생은 나를 밤새도록 벌을 세우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 버리자 그는 곧장 교실로 돌아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에 보내 주마, 이 망나니야. 안 보내 주면 저녁상 수프가 다 식어버릴 테니까."

성격이 이렇다 보니, 그가 아무리 험한 욕을 해도 아이들은 그를 욕하지 않았다. 그저 구르바라는 이름 앞에 욕장이라는 말을 붙여서 '욕장이 구르바'라고 부를 뿐이다.

그러나 이 종교 선생 팔켄베르크는 전혀 욕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그의 검은 사제복 등에 분필 가루를 하얗게 뿌려놓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몇몇 소리를 내어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는 그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의 어린 양들아, 너희들 왜 웃는 거니?"

아무도 대답할 리가 없다. 그러자 그는 메르켈을 붙잡고 늘어졌다. 메르켈이야말로 자기를 가장 많이 닮은 치사한 녀석이라는 걸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너는 하나님을 믿는 마음이 지극한 아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싫어할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른 대로 나에게 말해라."

메르켈이란 녀석은 이런 때 순진한 척할 놈이 아니다. 그는 팔켄베르크에게 등에 분필 가루가 하얗게 끼얹어져 있다고, 그리고 그것을 뿌린 것은 나라고 일러 주었다.

팔켄베르크의 퉁퉁 부은 얼굴이 하얘지더니 나를 향해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제 얻어맞는 모양이라고, 마음을 도사려 먹었다. 내 앞으로 다가온 그는 걸음을 딱 멈추었다. 보다 지독한 벌을 내리려고 잠시 참으며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손톱 자국 같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이 가련하고 못된 어린 양아, 나는 항상 너에게 너그러웠건만, 그리고 너그럽게 대하고 싶건만 어쩔 수 없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통 연못 물을 흐리도록 버려 둘 수는 없다. 자, 그리 알고 책가방을 싸라."

그러고 나서 그는 교장에게 갔다. 나는 6시간 동안이나 받았다. 학교 수위 영감의 말에 따르면, 담임 선생 구르바가 옆에서 나서서 역성을 들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락 없이 퇴학 처분을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팔켄베르크는 내가 하나님을 섬기는 사제복을 더럽혔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믿음을 위해서도 마땅히 퇴학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1시간 이상 주장했다는 것이다.

구르바는 내 장난이 좀 지나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기가 우리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나를 좀 때려 주겠다는 허락을 받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로 다스릴 터이니, 처벌은 그쯤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고 우겼다는 것이다. 다른 선생들도 구르바 선생의 편을 들어서 일은 그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팔켄베르크는 그 일 때문에 나에게 더욱 앙심을 품게 됐다. 나 역시 이 선생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렇지 있다면, 그것은 내가 바보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 후 팔켄베르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나를 지명하지 않았다. 내 옆을 지나갈 때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듯, 그래서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굴었다. 그는 프리쯔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프리쯔가 나와 가장 친한 사이인데다, 그가 '나의 어린 양'을 찾을 때마다 웃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프리쯔는 두 번이나 독방에 갇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프리쯔 역시 이 '어린 양'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는 것에 나와 뜻을 같이 하고 있었다.

프리쯔는 뱀을 한 마리 잡아서 분필 통에 넣어 두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가 어려워 곤란했다. 그래서 우리는 교탁 앞 교사가 앉는 의자에 끈끈이를 발라 두었다.

그런데 우리의 이 '어린 양'은 수업 중 한 번도 거기 앉지 않았다. 오히려 그 다음 시간에 미술 선생 보구나 씨가 거기 앉았다가 쩔거덕 들어 붙었다.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어린 양'이 그랬더라면 우린 훨씬 더 신이 났을 것이다.

프리쯔는 물감 장수네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교탁 색깔과 똑같은 녹색 물감 가루를 얻어다 교탁 위에 뿌려 놓았다. 선생 치고 수업 중에 교탁 위에다 팔을 걸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 어린 양은 특히 그 짓을 잘 했다. 까만 사제복의 양쪽 소매가 녹색으로 물들 것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의 그 '어린 양'은 하필 그 시간에 몸이 불편해서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고 말았다. 대신 들어온 지리 선생만이 애매하게 팔 소매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말았다. 그러나 지리 선생 울리히 씨는 학교 청소부를 불러 무섭게 야단을 쳤을 뿐, 물감을 뿌려 놓은 범인을 잡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양'의 병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거사가 거듭해 실패로 돌아갈수록 그를 혼내 놓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