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케라와 프리데만, 그리고 칸쓰라가 우리 옆으로 다가왔다. 훼케라는 언제나 똑똑한 체 하는 녀석이다. 그는 자기가 이번 사고의 내용을 제일 먼저 들었다며 신바람이 나서 떠들었다.

"팔켄베르크와 내가 교문에 같이 들어섰거든. 나는 오늘 아침 집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나왔단 말이야. 그래서 덕분에 이 사건의 맨 처음 목격자가 되었지만 말이야."

"수다는 빼고, 본론부터 얘기해. 답답하잖아."

별 뾰족한 내용이 있을 리 없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호기심이 잔뜩 생긴 것처럼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얘기엔 다 순서가 있는 거라고. 좀 기다려."

"글쎄, 어서 하라니까."

"잠자코 좀 있어라. 그래야 얘가 마저 얘길하지."

훼케라의 이야기로는 그들이 교문으로 들어서자 수위가 달려와서 그들을 강당으로 안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광경은 정말 볼 만했다는 것이다.

"물론 창문에 구멍이 두 개 뚫려 있는 것은 이미 봤지만, 그 창문을 뚫은 돌 두개가 알로이시우스의 얼굴을 그렇게 정통으로 맞힐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어? 코 언저리하고 입 부분이 몽땅 떨어져 나갔더군. 마룻바닥은 석고 부스러기가 떨어져서 온통 하얀 가루로 범벅이고... 창문에서 날아 들어온 돌에도 석고가 많이 묻어 있더구만. 그 때 난 팔켄베르크가 기절하는 줄 알았어. 얼굴이 온통 하얘지는 거야. 그러더니 또 목에서부터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아마 그런 광경은 돈 주고도 못 볼 거야."

그는 또 누가 돌멩이질을 했는지 밝혀지기만 하면 그 자는 목이 달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팔켄베르크가 반드시 그러고야 말겠다고 맹세까지 했거든. 두 주먹을 꽉 쥐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하나님께 맹세했단 말이야. '하나님, 당신의 어린 양으로 하여금 저 흉악한 범인을 벌줄 수 있게 하소서!' 이렇게 말이야. 그러니 범인이 잡히면 퇴학을 당할 게 뻔하지."

"퇴학이라니?"

"퇴학이지 그럼. 그 놈은 걸렸다 하면 퇴학이야."

"그럼, 돌을 던진 게 우리 학교 학생이란 말이야?"

"우리 학교 학생 아니라면 누가 일부러 그런 짓을 했겠니?"

"흠."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알로이시우스의 얼굴이 깨져서 신난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나와 프리쯔는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리쯔는 프리데만 옆으로 가더니, 이제 자기는 동사 변화는 완전히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하기 전이나 막상 하려고 할 때는 끔찍하지. 하지만 공부하고 난 후에는 정말 유쾌한 거야. 그렇지 않으냐, 토마야?"

프리쯔와 나는 그 날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점잖게 굴었다. 우리는 아이들 틈새를 뚫고 현관 앞으로 갔다. 거기에는 선생들과 상급반 아이들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서 수위가 여전히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되풀이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는 대충 다음과 같았다.

그는 범행이 저질러지던 그 시간에 집에 있었다. 맥주를 한 잔 마실까 생각하는 중인데, 그의 부인이 어디서 뭔가 깨지는 '쨍그렁' 소리가 났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어디서 창문이 깨진 것일까?"

두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그런 소리가 났다고 그러니 가만 있을 수가 있나요? 그래서 저는 엽총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지요."

그는 강당까지 갔을 때 무슨 인기척 같은 것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는 누구냐고 소릴 질렀죠. 군대 시절에 그렇게 배웠거든요. 군대 시절에 전 특무상사였어요. 보초 설 때 인기척이 있으면 그렇게 소릴 지르게 되어 있죠. 대답이 없으면 그냥 쏘는 거에요. 전 어제 세 번이나 소리쳤어요. 누구냐구요.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고 인기척도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운동장이랑 학교 주위를 두세 바퀴 돌아보고 스타 양조장으로 갔습죠. 딱 한잔만... 맥주 생각이 간절하더구만요."

물론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 시간에 이미 스타 양조장에 가 있었다. 나중에 얼큰하게 취해 가지고 돌아와서 운동장을 돌아보았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쨍그렁'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장 선생은 그에게 혹시 의심이 가는 사람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위는 한 사람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아직 확증을 못 잡아서 지금 당장 그게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손으로 반드시 그 범인을 잡아낼 겁니다. 범인들이란 나중에 범죄 현장에 다시 와서 돌아보게 마련이거든요. 소설에서 봤습니다. 그러니 전 오늘 밤부터 현장에 숨어서 지킬 겁니다. 단 한 번 누구냐고 물어보고는 곧바로 총을 쏘아버릴 거에요."

팔켄베르크는 범인이 잡히도록 기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알로이시우스 조각상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미사도 드릴 수 없다면서 우리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우리도 돌아가서 이 사건의 범인이 잡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들 돌아갔으나 나는 프리데만, 라이텔과 함께 좀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수위가 우리들 옆으로 와서 '쨍그렁' 소리가 났다는 둥, 자기 부인이 먼저 그 소리를 들었다는 둥 또다시 그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범인을 1주일 안에 붙잡던지, 쏘아 죽이던지, 아니면 최소한 발목이라도 쏠 것이라고 우겨댔다. 나는 프리쯔에게 가서 그런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배꼽을 붙잡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일제히 범인을 찾는 조사가 있었다. 학급마다 범인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조사한 것이다. '어린 양' 씨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밝혀지기 전에는 우리에게 알로이시우스 조각상을 선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종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면 언제나, 이 몸서리쳐지는 신앙 모독 행위가 발각되도록 우리 모두 입을 모아 기도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짓은 물론 아무 소용도 없었다. 아무도 단서를 잡지 못했고 오직 나와 프리쯔만이 그 범인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범인을 밀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