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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체구가 작은 선생이 기침을 했다. 뚱보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씩씩거렸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개망나니들에 대해 요새는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겁니까?"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엉터리 인도주의 때문에 아무 대책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머리를 조금만 때려도 처벌을 당하니까요."
찻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그게 사실이라고 지껄여댔다. 내 옆의 부인은, 만약 누가 그런 놈을 엎어놓고 볼기짝을 죽도록 때려주어야 한다고 떠들었다. 그렇게 해준 사람에게 못된 망나니들의 부모들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모두들 또 그 말이 맞다고 떠들어댔다.
뒤쪽 자리에 앉아 있던 몸집 큰 사나이 하나가 벌떡 일어서더니 사투리 섞인 굵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림도 없어요. 세상에 그렇게 이해심 많은 부모가 있겠습니까."
프리쯔는 아무 대꾸도 않고 나를 발로 찼다. 자기처럼 나도 유쾌한 체하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프리쯔는 주머니에서 파란색 코걸이 안경을 꺼내어 코에 걸치고 사람들을 쓱 한 번 흝어보았다. 그는 또 콧구멍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우리는 다음 정거장에 도착해서 맥주 두 병을 더 사서 기분 좋게 나눠 마셨다. 그러고 나서 창 밖의 전봇대를 겨냥해 빈 병을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키 큰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들을 혼줄을 내주어야겠다!"
그러자 키 작은 선생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들 가만히 있지 못하겠나? 말을 안 들으면 따귀를 후려갈겨 줄 테다!"
그러나 프리쯔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대꾸했다.
"그렇게 해 볼 용기가 있으시거든 어디 한 번 해 보시지요. 나도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선생은 감히 달려들지 못했다. 그저 한탄만 했을 뿐이다.
"요즘 애 녀석들은 함부로 때리지도 못해. 때렸다가는 오히려 때린 쪽이 처벌을 당하니까."
그러자 키 큰 남자가 나섰다.
"가만 계시오. 요 녀석들을 내가 혼줄을 내줄 테니."
그러고 나서 키 큰 남자는 큰 소리로 차장을 불렀다.
"차장, 차장...!"
차장은 불이라도 난 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키 큰 남자가 대답했다.
"저 녀석들이 창문 밖으로 맥주병을 내던졌소. 저 놈들을 잡아 가두시오."
차장은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고 뛰어 왔다가 그 정도 사건이라는 것을 알자 오히려 부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런 일 때문에 소동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차장을 함부로 부르는 게 아니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결 부드러운 말로 타일렀다.
"학생들도 창 밖으로 병 같은 걸 던져서는 안 돼!"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 대꾸했다.
"죄송합니다, 차장님. 빈 병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라서요. 이제 다시는 빈 병은 밖으로 내던지지 않겠습니다."
프리쯔는 차장에게 여송연을 한 대 권했다. 그러나 차장은 그렇게 독한 것은 피우지 못한다면서 가 버렸다. 키 큰 군수는 자리에 앉아서 차장이 돼지 같은 프러시아 놈인가 보다고 욕을 했다. 어른들 역시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선생은 여전히 군수를 붙잡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 지껄였다.
"군수님, 우리 선생들은 무척 참지 않으면 안 됩니다. 머리통을 좀 때려도 안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