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교문 앞까지 갔을 때는 벌써 주위가 캄캄했다. 나는 여기 오면서 아는 사람을 하나도 만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프리쯔는 벌써 와 있었다. 우리는 교정의 너도밤나무 숲 그늘로 들어가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때 학교 울타리 밖 길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나무 밑에 숨어있는 우리가 길에서 보일 까닭이 없지만, 우리는 몸을 더 오므렸다. 울타리 밖의 길을 걸어온 사람은 공증인이었다. 산책하는 것과 지방 주간 신문에 시를 투고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다. 그의 시가 신문에 몇 번 실린 적도 있었다. 만약 그가 우리를 발견하고 너희들 거기서 뭐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 우리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멀리 사라져 잘 들리지 않게 되자 강당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강당은 교정 제일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 근처는 인적이 드물었다. 하물며 토요일 저녁, 주위가 어두워진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지금 학교에는 학교 수위 내외밖에 없을 시간이다. 모르긴 해도 수위는 지금쯤 학교에 있질 않고, 스타 양조장에 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술을 아주 싸게 사 마실 수 있었다.

우리는 강당 가까이서 주먹만한 돌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목표 지점인 창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토마야, 겨냥을 잘 해야 한다. 넌 창문 절반 정도에다 던져. 나는 조금 더 높이 던질 테니까. 잘만 하면 알로이시우스의 얼굴은 엉망이 될 거야."

프리쯔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겨냥을 했다. 몇 번 연습을 한 후에 우리는 힘껏 돌을 던졌다. 유리창 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알로이시우스의 얼굴 부분이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성공이었다.

우리는 얼른 강당 뒤쪽 덤불 숲 속에 뛰어들어 몸을 감추었다. 그리고 인기척이 나지 않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사방은 아주 고요했다.

"잘 된 것 같지?"

"그래. 이젠 우리가 누구 눈에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그러니 교문으로 나갈 게 아니라 학교 담을 뛰어넘자."

"그게 좋겠다."

우리는 학교 뒷담을 넘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우리는 프리쯔의 하숙집으로 갈 때도 어두운 곳을 골라 걸었다. 우리를 알아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프리쯔의 하숙집에서도 현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뒷문으로 슬쩍 들어가 계단을 소리 없이 올라갔다. 프리쯔는 자기가 집에 있는 줄로 알게 하려고 일부러 방에 불을 켜 놓았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배어 나온 땀을 닦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계단을 올라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아직도 땀이 마르지 않아 창문가로 물러섰다. 프리쯔는 책상 앞에 앉아 손에 머리를 기대고 공부하는 체했다. 찾아온 사람은 프리데만 네 가정부였다. 그 여자는 월요일에 시험이 없다는 프리데만의 전갈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프리데만은 라이텔과 칸쓰라에게도 물어 보고, 다른 학생 몇 명에게도 물어서 시험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이다.

프리쯔도 아직 땀을 채 닦아내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프리쯔는 머리도 들지 못하고 자기는 분명히 그렇게 들었고, 그래서 여태까지 동사 변화를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데만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기도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프리데만의 가정부는 말을 전하고 나서 곧 내려갔다. 아래층에서 하숙집 아주머니와 그 여자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렸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학교에서 공부를 너무 시키는 것 같다며, 프리쯔가 토요일 저녁인데도 저렇게 공부만 하는 걸 보니 가엾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날은 조각상 제막식이 있는 일요일이었다. 8시에 강당에서 미사가 있고, 곧 이어 제막식을 겸한 알로이시우스 조각상의 헌납식이 있을 예정이었다. 나는 지난밤 수고한 피로가 깨끗이 풀려 발걸음도 가볍게 학교에 나갔다. 강당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그리고 학교 수위가 사람들 가운데 서 있었다. 수위 옆에는 교장과 팔켄베르크가 서 있었다.

그들은 강당의 깨어진 유리창을 올려다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창문에는 아래위로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었다. 나는 옆에 서 있는 라이텔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물었다.

"알로이시우스의 코와 입이 떨어져 나갔어."

"왜? 세울 때 잘못해 넘어뜨렸나?"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창문으로 돌이 날아 들어온 거야."

"돌?"

"응, 주먹만한 돌 말이야. 그것도 두 개씩이나."

"어떻게 돌이 거기까지 들어왔을까?"

"그거야 모르지."

"혹시 운석이 아닐까?"

"운석?"

"응, 별똥 말이야."

"그렇진 않을 거야. 별똥이라면 곧장 밑으로 떨어지지 왜 옆으로 날아들었겠어."

"하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