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에 나는 라틴어 책을 옆구리에 낀 채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때, 비숍 씨 부인의 그 고양이가 울타리를 넘어 우리 집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우리 집 순대를 한 번 몰래 훔쳐 먹고는 그 맛을 잊지 못해 걸핏하면 우리 집으로 넘어오곤 하였다.

나는 얼른 달려나가 그 놈을 냉큼 붙잡았다. 그리고 전에 산토끼 두 마리를 잡아다 기르던 토끼장에 가두었다. 나는 그러고 나서 다시 얼른 방 안으로 돌아와서, 그들이 커피를 마시러 뜰로 나오는 것을 창 밖으로 지켜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비숍 씨의 부인은 고양이가 보이지 않자 찾고 부르고 야단이었다.

"나비야! 나비야, 어디 갔니? 얘들아, 너희들 오늘 나비 못 봤니? 못 봤어? 여보, 당신도 못 봤어요?"

"글쎄, 난 못 봤는데."

"저두요."

"저도 못 봤어요."

"그렇다면 나비가 도대체 어딜 갔을까?"

"여보, 나비가 커피를 마실 건 아니지 않소? 어서 마실 사람한테나 주시오."

비숍 씨는 신문을 펴 들고 자리에 앉으면서 말하였다. 그러나 비숍 씨 부인은 커피를 따라 줄 경황이 없었다.

"우리 나비가 어딜 갔을까? 아무래도 모르겠어. 시골 고양이들처럼 쥐를 잡으러 나갔을 리도 없고..."

나는 거기까지 구경을 하다가 방에서 나왔다. 토끼장으로 가서 고양이란 놈을 끄집어냈다. 그러고는 꼬리에다 화약을 한 봉지 붙잡아 맸다. 그리고 세크 네 객실 쪽 울타리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나는 생울타리 밑에서 몸을 구부리고, 고양이 꼬리에 잡아맨 화약 봉지에다 불을 붙인 다음 고양이를 놓아 주었다. 고양이는 놓아 주기가 무섭게 울타리를 뛰어넘어 비숍 씨 가족이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안마당으로 달려갔다.

고양이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부엌에서 일하는 하인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 나비가 와요. 우리 나비요!"

그리고 이어서 비숍 씨 부인이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우리 나비야! 어딜 가 있었니? 도대체 어디에 있었어?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 알어? 그런데 너 꼬리에 그게 뭐니? 뭘 달고 왔지?"

그때였다. '확!' 불이 퍼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 커피 잔이 땅바닥에 내던져져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숍 씨 가족이 커피를 마시던 자리는 삽시간에 수라장이 되었다. 잠시 후 그 소리들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비숍 씨가 으르렁대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또 그 사고뭉치 녀석 짓이다!"

나는 내가 나갔던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다시 내 방으로 조용히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어머니와 안나 누나는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얘, 안나야. 루드비히도 그리 못된 짓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잘 대해주기만 하면 그 애도 차츰 괜찮아질 거야. 어저께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더라. 우리가 그 애를 초등학교에 보내 그 애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주지 않은 건 참 잘한 것 같구나."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 총각 판사님이 그때 왜 걸음을 멈추고 제게 인사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거에요. 제가 알고 싶은 건 그것 뿐이에요."

안나는 야멸차게 대꾸하였다.

비숍 씨와 그 부인이 우리 집 마당으로 쳐들어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안나야, 혹시 내 옷이 구겨지지는 않았니? 고문관 내외분이 저렇게 느닷없이 우리 집엘 찾아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구나."

어머니는 일어나서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어머나, 이게 웬일이세요? 두 분께서 이렇게 찾아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그러나 고문관 비숍 씨의 얼굴은 마치 장례식에라도 가는 사람 같았다. 그 부인은 얼굴이 사과처럼 시뻘겋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손에는 다 타 버린 화약 봉지와 깨어진 찻잔이 들려 있었다.

"이걸 보세요, 아주머니! 이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시겠어요?"

"찻잔을 떨어뜨리셨나 보군요."

"떨어뜨리기야 떨어뜨렸지."

비숍 씨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우리가 찻잔을 왜 떨어뜨렸는지가 문제에요!"

비숍 씨 부인은 내가 화약을 가지고 장난을 쳤기 때문에 자기네 고양이가 미쳐 버렸다고 떠들었다. 그리고 찻잔이 세 개나 깨졌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런 못된 짓을 할 사람은 이 세상에 나 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고문관은 베를린 사투리로 우리 어머니를 위로하였다.

"아주머니, 참 안 됐습니다. 그런 못된 아들을 두시다니... 진심으로 위로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우리 어머니에게 찻잔 값을 내라고 요구하였다. 그 찻잔은 무척 좋은 사기 그릇이기 때문에, 하나의 값이 자그마치 2마르크씩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이 많은 우리 어머니가 조그마한 낡은 지갑에서 떨리는 손으로 돈을 한 장 한 장 꺼내는 것을 보고 울화통이 치밀었다.

비숍 씨 부인은 그 돈을 얼른 받아 챙기더니, 고양이가 미쳐 버린 것은 말할 수 없이 화가 나지만, 우리 집 사정을 봐서 고소는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돌아섰다. 그러나 비숍 씨는 돌아서면서 다시 한 마디 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당신 아들로 하여금 당신을 시험하시는 것입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방 안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간 뒤 어머니는 식탁 앞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끔 손수건을 들어 눈물을 닦았지만, 그래도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 안나도 마찬가지였다. 식탁 위 접시에 잼을 바른 비스킷이 담겨 있었지만 어머니와 누나는 그것을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몹시 우울해져서 밖으로 나갔다.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비숍 씨 네가 우리 집에서 돈을 받은 것은 비열한 짓이다. 그것도 찻잔 하나에 자그마치 2마르크씩이나 받아내다니...! 세상에 그렇게 비싼 찻잔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단단히 복수를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아무도 모르게 그 고양이란 놈을 때려잡아 그 놈의 꼬리를 잘라야지. 그걸 가지고 있다가, 비숍 씨 부인이 '우리 나비가 대체 어딜 갔지?'하고 애타게 찾을 때, 울타리 너머로 꼬리를 던져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장본인이 나라는 것을 감쪽같이 모르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구를 더 해야 한다.

나는 풀밭에 누워서 골똘히 그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나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비숍 씨 부인이 고양이 꼬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랄 모습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그러는 사이에 점심 나절이 되었다. 나는 한 끼쯤 굶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는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나더러 내 방에서 혼자 점심을 먹으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매일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그너 선생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바그너 선생은 또 나를 매우 엄격하게 다루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나는 울화통이 터졌다. 누나에게 마구 대들고 싶었다. 라틴어 학교 학생이 유치하게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들어가다니, 이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이 소문이 내가 다니는 라틴어 학교에 퍼지기라도 하면 난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