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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벼락 치는 것 같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양어장 주인 털보 아저씨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달려오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요 사고뭉치 녀석들! 꼼짝 말고 게 섰거라!"
나는 사태를 금방 깨달았다. 그래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라펜아우어 네 건초 창고까지 한숨에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숨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르투어는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양어장 주인 털보 아저씨는 아르투어에게 덤벼들어 이 뺨 저 뺨 번갈아가며 사정없이 후려갈기고 있었다. 그 큰 손을 풍차의 날개처럼 휘두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요 못된 사고뭉치 자식아! 그래 우리집 양어장 고기를 씨를 말릴 셈이냐, 이 자식아! 낚시질로 고기를 훔쳐가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래 이젠 다이너마이트까지 터뜨려! 이러다간 아주 사람까지 잡겠구나, 요 나쁜 자식!"
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아르투어의 뺨을 철썩철썩 소리도 요란하게 후려갈겼다. 사실 양어장 주인은 나를 혼내주려고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나도 그걸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나와 렌쯔가 그 양어장에서 종종 낚시질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었다. 양어장 털보는 벼르고 벼르다가 이제 겨우 한 놈을 붙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만 재수없게도 아르투어가 거기 걸린 것이다. 그리고 아르투어는 지금 나와 렌쯔 두 사람 몫의 매를 대신 맞아 주는 셈이었다.
털보 아저씨는 실컷 때리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뒤돌아서다 말고 다시 아르투어를 향하더니 '요 생쥐 같은 녀석아!'하고 다시 한 번 냅다 소리를 지르면서 아르투어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아르투어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었다. 그러면서 연방 자기 아버지에게 이른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렇게 해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매는 이미 맞아 놓고서... 나처럼 잽싸게 도망치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은가.
털보 아저씨는 몸이 무거워서 조금만 달리면 숨이 차서 제대로 쫓아올 수가 없다. 그래서 재빨리 도망만 치면 도저히 우릴 붙잡을 수가 없다. 멀리 달아날 것도 없이 나무를 가운데 끼고 뺑뺑 돌기만 해도 그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방법을 여러 번 실험해 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우리를 붙잡는 것을 이내 포기해버리고 "요 쥐새끼 같은 놈들! 족제비 같은 녀석들! 요 다음엔 꼭 붙잡아서 톡톡히 맛을 보여 주고야 말 테다!"하고, 고래고래 고함만 질렀다.
이런 사정을 나와 렌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르투어는 '날 잡아 잡수' 하는 식으로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곤욕을 치른 것이다.
나는 아르투어가 너무 울어대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양어장의 털보 주인이 멀리 가 버렸을 때, 아르투어에게 슬슬 다가가서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도 당하는 것이고, 이런 경험을 살려 앞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면 오히려 큰 화를 면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되는 거라고 달래주었다. 그러나 아르투어는 더욱 크게 소리쳐 울면서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이었다.
"이게 모두 너 때문이야! 우리 아버지한테 안 이르나 봐라!"
이 말을 듣자 나도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네가 그렇게 계속 못나게 굴면,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아르투어는 내가 기선을 부순 거라고 했다. 내가 화약을 터뜨렸기 때문에 양어장 주인이 소리를 듣고 달려왔고, 그리고 자기가 내 대신 매를 맞은 것이라고 하였다.
알기는 제대로 아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미 양쪽 뺨은 갓 구워 낸 빵처럼 크게 부풀어 올라 있는데... 그는 자기가 뒤늦게 깨달은 바를 그렇게 소리쳐 외치고는, 울면서 냅다 달려갔다. 그 울음 소리는 아마 10리 밖에서도 들렸을 것이다.
나 같으면 아무리 아프고 억울해도 창피해서라도 그렇게 울고불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자식은 자기가 해군 제독이라는 것이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나는 그 길로 곧장 집으로 가는 것보다는, 좀 늦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들판에 있는 덤불 밑에서 새집도 뒤지고, 딸기도 따 먹고 하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완전히 어두워진 다음에 집으로 돌아갔다. 세크 네 농장 앞을 지날 때는 발소리를 죽였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비숍 씨는 뜰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아내와 뚱보 처녀도 그 앞에 있었고, 세크도 한 옆에 서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에는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환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 있는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잠시 엿들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비숍 씨는 한참 머리만 내젓고 있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원 세상에, 그 녀석이 그런 사고뭉치인 줄 누가 알았겠나?"
아르투어의 뚱보 누나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계속 내 욕을 쫑알거리고 있었다.
"그 녀석은 글쎄 아르투어를 시켜서 내 침대에다 지렁이와 도마뱀을 넣으려고 했대요.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끔찍한 아이에요!"
그 후 나는 비숍 씨네 집에 다시는 초대 받지 못했다. 설사 초대를 받았다 해도 어정어정 찾아갈 내가 아니다. 그 뒤로 비숍 씨는 언제나 나만 만나면 단장을 번쩍 치켜 들면서 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요 말썽꾸러기 자식 같으니라고. 붙잡기만 해 봐라. 그냥 안 둘 테다."
그러나 나는 그 양반의 아들 아르투어처럼 어리석게 날 잡아 잡수 하고 가만히 서 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