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리비오를 아십니까?"

"아다 뿐입니까, 백작. 나는 그와 친구입니다. 우리 연대에서는 모두들 그를 동료처럼 대우했죠. 그러나 그의 소식을 못 들은 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백작께서도 그를 알고 계십니까?"

"압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혹시 당신에게 이야기를...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혹시 그가 당신에게 어떤 매우 신기한 사건을 이야기해주지 않던가요?"

"무도회에서 그가 어떤 무례한 자에게 뺨을 맞은 것 말씀이십니까, 백작?"

"그런데 그 사람이 혹시 그 무례한 자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던가요?"

"아니오, 백작, 그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럼 백작 혹시..."

나는 사건의 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용서하십시오... 전혀 몰랐습니다... 혹시 백작께서 그 당사자 아니십니까?"

"그 사람이 바로 납니다." 백작은 몹시 심란한 듯 대답했다.

"그리고 총알 구멍이 뚫린 이 그림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기념인 셈입니다..."

"여보, 제발..." 백작 부인이 말했다.

"제발, 부탁이에요. 그 얘기는 하지 말아요. 듣기만 해도 무서워요."

"아니야." 백작은 말했다.

"난 남김없이 죄다 말해야 하오. 이분은 내가 이분의 친구를 모욕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소. 그러니 시리비오가 어떻게 내게 복수했는지도 이분에게 알려드려야 하오."

백작은 내게 안락의자를 권했다. 나는 무척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나는 5년 전에 결혼했습니다. 결혼 첫 달, 밀월을 난 이 마을에서 지냈습니다. 이 집에서 난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과 또 가장 쓰라린 추억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우리 부부는 같이 말을 타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탄 말이 어찌된 셈인지 고집을 부리며 말을 안 들었습니다. 아내는 놀라서 내게 말고삐를 넘겨주고 걸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말을 타고 한 걸음 앞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뜰에 들어서자 여행용 마차가 한 대 서 있더군요. 하인들의 말로는 내 서재에 한 사나이가 앉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덮어놓고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만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난 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먼지투성이의 사나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사나이는 여기 이 벽난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그 사내의 얼굴을 기억에서 떠올리려고 하면서 난 그에게 가까이 갔습니다. '날 알아보겠소, 백작?'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시리비오!' 나는 외쳤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나요.'하고 말하더군요. '나에게는 아직 한 발이 남아 있소. 난 그 한 발을 쏘기 위해서 여기 온 거요. 준비는 됐겠지?' 그의 권총이 옆구리 호주머니에서 삐죽 나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난 열 두 걸음을 쟀습니다. 그리고 저쪽 구석에 가 서서,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얼른 쏘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얼른 쏘지 않고 시간을 끌더군요. 불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촛불을 가져왔어요. 난 문을 잠그고 나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렀습니다. 그리고, 빨리 쏘라고 다시 부탁했습니다."

"그는 권총을 꺼내 겨냥을 했습니다... 난 일 초 일 초를 속으로 셌습니다... 속으로 아내를 생각했죠... 무서운 일 분이 지났습니다! 시리비오는 손을 내렸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안하지만, 이 권총에 장전된 것은 버찌 씨가 아니야... 총알은 무거운 거야. 난 지금 결투가 아니고 살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난 무기도 갖지 않은 자를 쏘는 것은 익숙치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누가 먼저 쏠 것인지 제비를 뽑읍시다.'"

"난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난 그때 싫다고 거절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다른 권총에 총알을 재고 제비 두 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 내가 쏘아 뚫은 그 군모에 집어넣었습니다. 이번에도 또 내가 첫번을 뽑았습니다. '백작, 당신은 악마처럼 운이 좋군.' 그가 엷은 미소를 띠며 말하더군요. 나는 그의 그 미소를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가 나에게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는지 난 전혀 모르겠어요... 어쨌든 난 다시 쏘았습니다. 그리고, 저 그림을 맞추었던 겁니다."

백작은 총알이 뚫고 지나간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얼굴은 불처럼 타는 것 같았다. 백작 부인은 손수건을 비틀어 쥐고 있었다. 그 얼굴은 손수건보다 더 창백했다. 난 감탄의 외침을 참을 수 없었다.

"난 총을 쏘았습니다." 백작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총알은 빗나갔습니다. 시리비오는... 그 순간 그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었습니다. 시리비오는 나를 겨냥했습니다. 그때 별안간 문이 열리고 마샤가 뛰어들어와 비명을 지르며 내 목에 매달리는 거에요. 아내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완전히 기운을 회복했습니다. '여보!' 나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장난을 치는 것일 뿐이오. 그렇게 놀라다니! 어서 가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와요, 옛날 친구를 당신에게 소개할 테니.' "

"마샤는 그래도 반신반의하더군요. '남편의 얘기가 사실입니까?' 아내는 험악한 표정을 한 시리비오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두 분이 장난을 치고 계신다는 게 사실이에요?' '바깥 양반은 늘 장난을 칩니다, 백작부인.' 시리비오는 아내에게 대답했습니다. '한 번은 장난 삼아 내 따귀를 때리고, 또 장난 삼아 이 군모를 쏘아 맞추었고, 지금은 장난 삼아 날 빗맞췄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장난을 치고 싶군요...' 이렇게 말하고 그는 나를 겨냥했습니다... 아내 앞에서요! 마샤는 그의 발 밑에 몸을 던졌습니다. '일어나, 마샤, 부끄럽지도 않아?' 나는 자제심을 잃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 '그리고, 여보게, 가엾은 여자를 조롱하는 짓은 그만두지 못하겠나? 대관절 쏠 건가, 안 쏠 건가?' '아니, 안 쏘겠어' 시리비오는 대답했습니다. '난 만족했어. 난 당신의 당황한 모습, 겁을 집어먹은 것을 보았어. 난 당신에게 날 쏘게 했지. 난 만족해. 당신은 아마 평생 날 잊지 못할 거야. 난 당신을 당신의 양심에 맡기겠어' 그는 말을 남기고 나가려다 문득 문에서 걸음을 멈추고 내가 쏘아 뚫은 그림을 향해 거의 겨누지도 않고 한 방 쏘더군요. 그리고 나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겁에 질려 감히 그를 가로막지 못하고 멍하게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는 현관을 나가자 마부를 불렀습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백작은 입을 다물었다. 이리하여 나는 언젠가 나를 그렇게도 놀라게 만들었던 어떤 사건의 결말을 마저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 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소문에 의하면 시리비오는 알렉산더 입실란티(*)의 반란 때 그리스의 한 부대를 지휘하다가 스크랴누이(**)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끝>

[* 알렉산더 입실란티(Alexander Ypsilanti, 1792-1828) : 그리스의 독립운동 투사. 그리스인이면서 러시아의 육군 소장이기도 했다. 1820년 독립운동 결사(Hetaerea 그리스 신성대)의 수령으로 추대되어 이듬해 몰다비아에 침입, 터키군에게 패하여 오스트리아로 도망갔다가 비엔나에서 객사하였다.

**스크랴누이 : 베사라비아의 소도시로 루마니아의 국경에 가깝다.]